4화
“봄은 반드시 와!”
바람이 단호하게 말합니다.
어른은 여유롭고, 슬며시 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겨울요정이 무섭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지 않는 봄을 포기하고 널브러져 있는 씨앗들입니다. 늦게 일어나고 몸단장도 하지 않고 욕설과 주먹질하기도 합니다. 가장 곤혹스러운 건 경찰 개미로 그중에 하비도 있습니다. 하루도 조용히 지나는 날이 없습니다.
“봄이 왔을 때 아름다운 꽃으로 만들어 주지 않아도 괜찮으냐?”
질책하는 어른의 말 따윈 쉽게 무시합니다.
“어차피 흙 속의 씨앗으로 살다가 죽을 텐데.”
모든 것을 포기한 말만 합니다.
하지만 봄은 자신을 기다리지 못하고 일탈했던 씨앗도 아름다운 꽃으로 만듭니다. 성직자 지렁이는 불합리하다 생각합니다. 기다리고 인내를 한 씨앗과 기다리지 못해 일탈을 한 씨앗 모두 아름다운 꽃이 된다니 참고 인내한 씨앗이 알면 화가 나겠지요. 그러나 사실을 말할 수 없습니다.
십 년 전 꿈을 꾸었습니다.
“하비야! 하비야!”
“누구세요?”
“난 봄이란다.”
“아! 봄님이 어찌 작은 나를 불렀습니까?”
“너에게 사명을 주겠다. 넌 나를 기다리다 지쳐 일탈한 씨앗들로부터 흙 속의 질서를 지키거라. 언젠가 내 사랑을 깨닫게 될 가장 낮은 씨앗이 나타나면 너의 사명도 끝난다.”
“제가 어찌!”
하비가 외쳤지만, 봄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같은 꿈을 지렁이도 꾸었고 그의 사명은 가장 낮은 씨앗이 좌절하지 않도록 용기를 불어넣는 것으로 그 역시 봄의 사랑을 깨닫는 씨앗이 나타나면 끝난 다고 합니다. 만약 어길 시 합당한 벌을 받게 된다고 했습니다. 하비와 지렁이는 무거운 사명을 주신 봄이 원망스럽고 그 씨앗이 빨리 나타나길 기다립니다. 숲의 식구들은 하비와 지렁이의 나이가 많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봄이 해마다 망각이라는 향기를 뿌리거든요. 지렁이와 하비는 늘 있는 식구입니다. 하비와 지렁이는 많은 죽음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웃으며 떠나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늘 후회와 고통으로 떠났습니다.
‘죽음은 고통인가. 어찌하면 웃으면서 떠날까.’
지렁이와 하비는 언제나 생각합니다.
“이 녀석들 어서 일어나!”
대장이 해가 떠올랐는데도 일어나지 않는 씨앗들을 야단칩니다.
“오지도 않을 봄 기다리느니 잠이나 실컷 잘래요.”
봉숭아, 찔레, 개나리 씨앗이 대들듯 말합니다.
“이 녀석들 맞아 봐야 일어날래?”
대장이 단단히 화가 났고, 씨앗들은 조용해집니다.
“그만두지 못해?”
할미 씨앗이 큰소리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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