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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성일 Sep 18. 2021

천덕꾸러기 잡초 씨앗

2화

“칵! 너는 우리가 끝나면 씻어!”

잡초 씨앗을 본 방울꽃 씨앗이 징그러워 몸을 떱니다.

잡초 씨앗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나갑니다.

“봄에 저주받은 씨앗이야.”

어른에게서 들은 터라 잡초 씨앗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잡초는 왜 저주받았어요?” 하며 묻는 씨앗들에 어른들은 “잡초는 꽃을 자라는 것을 방해해서 사람들이 보이면 뽑아버리지.” 하고 잡초를 멀리하라고 가르쳤습니다.  

“어허, 그 무슨 버릇없는 말이야!”

뒤늦게 온 할미꽃 씨앗이 따끔하게 혼냅니다.  

“너도 같이 씻어라.”

할미꽃 씨앗은 지팡이로 씨앗들의 머리를 칩니다. 장미 씨앗도 가만있습니다. 가장 어른의 씨앗으로 대장도 깍듯이 대해야 한다고 어른들이 말했거든요. 어쩔 수 없이 같이 씻지만, 다들 찡그리며 곁에 가지 않으려 합니다.

“쯧쯧쯧!”

할미꽃 씨앗은 한심하게 봅니다.

“엄마는 어찌하여 잘못된 버릇을 고치지 않으셨을까.”

할미 씨앗은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곧 알겠지요. 뿌리 깊은 편견이라 쉽게 뽑을 수 없다는 것을요. 할미꽃 씨앗의 엄마는 철학자로 어려서부터 선과 악이 무엇인지 들어서 다른 이를 저주해선 안 된다는 것을 압니다.  

잡초 씨앗은 봄이 자신에게 저주를 내린 이유를 생각하지만, 머리만 지끈거릴 뿐입니다,

“봄이 저주를 내릴 리 없어.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

할미꽃 씨앗이 등을 어루만지며 위로하지만, 이해할 수 없습니다.

“봄이 오면 여쭈어 보도록 하자.”

할미꽃 씨앗이 말하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봄입니다. 그날을 기다리기 지루한 잡초는 흙에 물어보고 책도 읽고 성직자 지렁이에게 물어도 보았지만, 그 누구도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무작정 봄을 기다려야만 하나.’

잡초 씨앗이 한숨을 쉽니다.

“우리에겐 한없이 길지만 봄은 아주 짧은 시간이야.”

“봄을 본 적 있으세요?”

눈이 없는데도 본 것처럼 말하는 지렁이에게 물었습니다.

“그분은 형체가 없어. 냄새와 촉감으로 존재를 알리지.”  

지렁이가 위로하지만, 잡초의 귀엔 들어오지 않습니다.

친구 씨앗들은 봄의 사랑을 받을 기쁨으로 들떠합니다. 장미 씨앗은 대장의 아내가 될 것이고, 나머지 씨앗들도 자라서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겠지요.

“난 예쁜 아가씨가 입맞춤해 주면 좋겠어.”

남자 초롱꽃 씨앗이 말합니다. 

“난 잘생긴 남자의 입맞춤을 받고 싶어.”

여자 민들레 씨앗이 말합니다.

“민들레의 소원은 어려워.”

무뚝뚝한 호박 씨앗이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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