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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성일 Sep 18. 2021

천덕꾸러기 잡초 씨앗

3화

“왜?”

민들레 씨앗은 따지듯 묻습니다.

“남자는 감수성이 없어서야.”

호박 씨앗의 말이 맞지만, 민들레 씨앗은 마음이 상합니다.

“넌 평생 사랑 못 받을 거야. 울퉁불퉁할 거니까.”

“치!”

호박 씨앗의 입이 쌜그러집니다.

하지만 호박꽃도 예쁜걸요. 잡초 씨앗은 호박 씨앗의 투정도 부럽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씨앗들의 부러움을 가장 많이 받는 건 장미 씨앗입니다. 대장, 봄, 그리고 사람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으니까요. 씨앗들은 시기와 질투를 하지만, 동시에 장미 씨앗 주변을 맴돌기도 합니다.  

잡초 씨앗은 늘 혼자입니다.

“같이 놀아주지.”

할미 씨앗은 혼자인 잡초 씨앗을 가여워합니다.

잡초 씨앗의 친구는 성직자 지렁이와 할미 씨앗뿐입니다. 못난 외모에도 아랑곳없이 아껴주고 사랑해 주지만, 친구들과 놀고 싶은 잡초 씨앗입니다.

“너에겐 좋은 향기가 나.”

지렁이가 잡초 씨앗에 말합니다.

“모르겠는데요.”

“난 눈이 없는 대신 후각이 발달을 했어. 좋은 향기가 난다는 건 착하단 거야. 그래서 네가 좋아.”

옆에서 말을 듣는 할미 씨앗이 빙그레 웃습니다.

“밤이에요, 모두 잠자리에 들어요,”

일개미 하비의 알림에 다들 집으로 갔지만, 잡초 씨앗은 멍하니 놀이터에 있습니다.

“집에 안 갈 거니?”

“할머니 먼저 가세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눈을 한 잡초 씨앗을 두고 할미 씨앗과 지렁이는 긴 한숨을 쉬며 집으로 갔습니다.

“빨리 떨쳐내야 하는데.”

할미 씨앗의 힘없는 말에 지렁이는 시무룩해졌습니다.  

“잡초야, 왜 멍하니 있니?”

하비의 물음에 고개만 살짝 끄덕입니다,

한숨을 연신 쉬는 잡초 씨앗을 보는 하비는 ‘또 야.’하는 표정입니다. 처지를 한탄하는 잡초 씨앗을 여러 해 봤거든요. 하비는 잡초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모르고 운명에 순응하며 쓸쓸히 지겠지. 생각했습니다.

“어서 집으로 가거라.”

하비는 찬 이슬을 맞아 감기라도 걸리지나 않을까. 염려해서 말합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봄은 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겨울요정의 강해진 심통으로 숲 속 식구들이 곤혹을 치릅니다. 일주일 단위로 좋아졌다. 나빠졌다, 반복합니다. 씨앗들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입니다. 어른들은 자신의 하얀 작품을 봄이 멋대로 바꾸는 게 아까워 심통을 부린다고 하고 심통이 강해질수록 봄이 가까이 왔다는 신호라 합니다.

몇몇 씨앗이 의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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