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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성일 Sep 18. 2021

천덕꾸러기 잡초 씨앗

5화

“왜, 이리 인내심이 없어! 탱자탱자 놀고 말썽만 부리다 갑자기 봄이라도 와 너희에게 화가 나 아름답게 만들어 주지 않으면 어쩌려고 그래? 그땐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없어!”

할미 씨앗의 몸이 붉어졌습니다.

“치! 자신도 어리면서 훈계는.”

어린 씨앗들의 입이 함지박만 하게 나옵니다.

그 모습이 할미 씨앗의 입에서 한숨 나오게 합니다. 할미 씨앗은 묵묵히 봄 맞을 준비를 하는 잡초 씨앗을 대견해서 사랑스럽게 보지만, 하비와 지렁이는 안타깝게 봅니다. 성실히 봄을 준비해 보았자 예쁜 꽃이 되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잡초의 생각은 다릅니다. 봄에 자신을 어찌하여 미워하는지. 예쁜 꽃으로 만들어 달라, 따지려고 봄을 기다린다는 것을 알면 단번에 그분을 화나게 하지 말라며 말릴 걸 알기에 숨죽이는 것이랍니다. 씨앗들은 어쩔 수 없이 몸단장을 합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습니다.  

“이제 물려가지 못할까?”

“조금만 더 있자. 응?”

겨울 요정이 눈물로 애원합니다.

“이건 법칙이야. 어서 떠나!”

“나보다 더 차가운 것!”

겨울 요정의 황당함에 봄은 혀를 찹니다.

“어디 잘 먹고 잘살아라!”

겨울 요정은 저주를 뱉고 떠나지만, 매년 있는 일이라 봄은 아무렇지 않습니다.

“기상! 아침이야. 어서 일어나!”

하비가 외치자 꽃씨들이 요란하게  일어납니다.

“오늘도 오지 않겠지.”

꽃씨들은 하품하며 재잘거립니다.

“흙이 축축해.”

개나리꽃 씨가 이상하단 표정으로 말합니다.

게다가 따뜻하기까지 합니다. 처음 겪는 포근함에 살살 졸리지만, 억지로 몸을 일으켜 몸단장을 합니다.

“엄마 품 같다.”

할미 씨앗이 나른하게 말합니다.

‘봄이 왔다!’

하비와 지렁이는 직감하고 공손히 고개를 숙이지만, 침묵합니다. 봄의 명령이기 때문이지요.

“얘들아,  나오렴!”

부드럽고 따스한 목소리가 땅 속으로 들려왔습니다.

“무슨 소리지?”

꽃씨들은 서로를 번갈아 봅니다.

“땅 위에서 부르는 것 같은데?”

“혹시 봄이 아닐까?”

꽃씨들은 흥분하며 저마다 말합니다.

“어서 올라가 보자!”

땅 위 세상은 울긋불긋 아름답고 따스했습니다, 상큼한 바람과 경쾌한 강물 소리가 꽃씨들의 몸을 둘러싸였으며 구름과 나무 새 모두 희망의 푸른빛을 받은 숲 속 가족의 함박웃음 소리가 세상에 처음 나온 꽃씨들을 반겨주고 축하합니다. 처음 보는 모습에 꽃씨들은 어리둥절하고 잡초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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