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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성일 Sep 18. 2021

천덕꾸러기 잡초 씨앗

7화

잡초는 멍한 정신으로 바람의 이끌림을 받으며 여행을 합니다. 세차게 때리는 비도 잡초를 깨우지 못했습니다.

쉬익~ 잡초를 먹으러 달려드는 철새 무리를 피하러 바람이 애먹습니다.

“잡초야! 정신 차려!! 새의 먹이가 되려고 하니?”

“흐응! 아무렴 어때요.”

모든 걸 체념한 잡초의 대답이 바람의 가슴을 때렸습니다.

“미안해, 봄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어.”  

잡초는 멍한 눈으로 사방을 둘러봅니다. 밭인 것 같았으나, 돌들만 가득 있고 땅도 딱딱한 온기 없는 곳이었습니다. 강렬한 햇빛만이 자신을 반겨주는 그 자리에서 햇빛의 열기를 받아 말라죽으리라 마음먹고 입이 타는 갈증도 피하지 않습니다. 점점 기운이 빠지고 잡초는 정신을 잃어버렸습니다.

“여긴 저승인가?”

주변이 깜깜한 탓에 자신은 죽은 거로 생각했고 미소를 지었지만, 그것도 잠시 별들이 반짝거리는 눈으로 자신을 측은히 바라보는 것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저승도 별이 있나?”

“저승이라니? 주위를 봐!”

별의 말에 놀라며 주위를 보니 큰 바위 밑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잡초는 별에게 물었습니다.

“너야말로 왜 그랬니? 우리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냉정한 해 같으니! 씨앗이 죽어도 상관없단 거야?”

별들이 걱정과 흥분을 하며 말합니다.

잡초는 눈물을 흘립니다.

“절 왜 살리셨어요?”

울분에 찬 잡초 씨앗의 말에 별들은 당황했습니다.

“어머머! 죽어가는 생명 살리는 건 당연한 건데.”

“살려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네, 기가 막혀서.”

별들은 화가 났습니다.

“왜 그러느냐?”

할아버지 바위가 묵직하게 묻습니다.

잡초 씨앗의 슬픈 목소리로 사정을 말하고 눈물이 떨어진 곳이 푸르러지며 고요해집니다. 하지만 이곳과 가장 어울리는 모습이기도 하답니다.

“우리랑 같이 살자꾸나. 이곳도 적응하면 제법 살만한 곳이야.”

바위가 잡초를 측은히 바라봅니다.

잡초 씨앗은 해가 있는 낮에는 할아버지 바위 그늘에 잠을 자고 별이 뜨는 밤에만 넓고 황량한 밭에서 아기 돌들과 즐겁게 지냅니다. 별이 있어 어두운 밤에도 문제없습니다. 잡초 씨앗은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그토록 소망하던 친구들과 놀이를 했으니까요. 잡초 씨앗은 편견 없는 친구들이 좋습니다.

오늘은 일 년에 한 번 있는 소중한 비가 오는 날입니다. 비록 양은 적지만. 식구들에겐 소중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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