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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성일 Sep 18. 2021

천덕꾸러기 잡초 씨앗

8화

“오늘은 비 님이 오시는 날이란다.”

할아버지 목소리가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잡초는 이해되지 않습니다. 예전에 있던 곳에선 흔한 것이었거든요. 너무 많이 흙에 스며들어 놀지 못해 귀찮기까지 했답니다. 비가 한 방울씩 내리기 시작합니다. 밭의 식구들은 잔치를 벌입니다. 노래도 하고 춤을 추며 어린 바위들의 재롱을 할아버지 바위는 흐뭇하게 봅니다.

“잡초야, 넌 즐겁지 않니?”

"……."

할아버지는 말합니다.  

“너에겐 비는 흔한 것일 테지만 이곳은 아주 소중하단다. 너도 알게 된단다.”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잡초 씨앗은 이 같은 행복 계속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곧 끝이 날 거라는 걸 아직은 모른답니다.

오늘은 축구를 합니다. 그렇지만 단단한 바위 친구를 따라가기가 힘겹습니다.

“헉헉!”

잡초의 숨소리가 거칠어집니다.

“괜찮니?”

단짝 매끈이가 잡초를 걱정합니다. 친구들 중 몸매가 유달리 매끈해서입니다.

“헉헉! 난 좀 쉴게!”

잡초는 외진 곳에서 친구들을 보며 숨을 고르지만, 이내 침울해집니다. 아무리 잘해주어도 돌과 잡초는 다르니까요. 잡초는 저도 모르게 상상합니다.

“잡초야! 이쪽이야.”

“응! 개나리야.”

“뻥!”

개나리가 잡초가 건네준 공을 이리저리 피하여 골인을 합니다.

“와!”

잡초와 팀의 친구들은 환호합니다.

“잡초야, 잘했어!”

개나리가 잡초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개나리가 축구를 가장 잘했거든요.

잡초 씨앗이 현실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피식 김 빠지는 미소를 짓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기 꿈이기 때문입니다.

“뻥!”

공이 밭 너머로 갔습니다.

“내가 가져올게.”

중간에 빠진 게 미안한 잡초 씨앗이 말하지만, 너무 멀어 이내 숨이 차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갑니다. 친구로 받아준 아기 바위들에게 보답이라고 하고 싶어서입니다. 별빛이 온화하게 잡초 씨앗을 바라봅니다. 친구들이 잡초 씨앗을 염려합니다.

“에이. 내가 갈걸.”

매끈이가 후회의 말을 하지만, 가지 않는 게 잡초 씨앗을 돕는다는 것을 모를 테지요.

‘나도 필요한 삶이 되겠어.’

공을 주우러 가는 잡초 씨앗이 입술을 굳게 다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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