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
1 거북이와 토끼
무거운 짐 지고 가는 거북이를 본 토끼가 ‘힘들겠다!’ 측은한 말에 거북이가 대답해요.
“짐이 아니고 집이야! 난 집을 사려고 빨리 뛰어야 하는 너희가 가여워! 빨리 뛰면 소중한 것을 볼 없어. 노동자의 굵직한 땀방울, 리어카 끄는 할머니의 폐지 무게, 가난한 아파트의 가는 실금과 저들을 위해 슬피 우는 별들의 눈물도 볼 수 없어.”
거북이의 말에 토끼가 ‘펑펑’ 울자 거북이가 빨간약을 토끼 눈에 발라 주었어요.
2 씨앗
밤하늘의 별이 되려고
슝!
하늘로
하늘로
올라갈 줄 알았는데
-이런!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자
“모르겠다! 지상의 별이 되자.”
별꽃이 되었어요.
3 사람 놀이
천장 가로수가
하나, 둘 켜지자
벽지 산속 동물들이 내려와서
치우지 않은 장난감으로 놀아요.
토끼는 로봇으로
오소리는 게임기로
곰은 블록 쌓기를 하며
하하! 호호!
웃는 놀이하는 모습을
참새 할머니가
소나무 가지에 앉아서
미소로 보아요.
4 나도 아인데
동생은 좋겠다.
할머니가 불러도
응!
엄마가 불러도
응!
아빠가 불러도
응!
그런데도 미소를 지어요.
내가
응!
대답하면
콕,
알밤을 주시는데.
5 지구 자동차
자율주행 자동차로
드르릉 쿨쿨!
드르릉 쿨쿨!
별들과 얘기하며
내일로 여행했어요.
알록달록한 가을 단풍
맑고 푸른 하늘
황금으로 물든 풍성한 논을
구경하면서요.
그러는 사이
내일이 가까워졌어요.
6 온라인 설날
혼자 계신 엄마에게
세배를 했어요.
안 본 사이 더 풍성해진
흰 머리칼이 화면을 뚫고
나를 콕 찌르자
눈물이 핑 났어요.
그런 나를 웃기시려고
엄마가 말해요.
-계좌로 세배 돈 부칠게.
엄마의 개그에
엷은 미소가 나왔어요.
7 다이빙 선수 이슬
새벽에 풀잎
다이빙대에서
우물쭈물하는
이슬을 보자
심장이
쿵쾅! 쿵쾅!
어쩌지!
어쩌지!
조금 있으면
감독 해님이 불같이 화낼 텐데.
선수 자격 뺏길 텐데.
모르겠다!
풀잎을 살짝 건드리자.
8 이제 외롭지 않아요.
넓은 운동장에
혼자 있는 축구공
나와 같아서
뻥! 뻥!
같이 노는데
갑작스레 나타난 강아지의
꼬리를 흔드는 애교에
뻥! 발로 찬 축구공
물어오는 놀이로 바꿨어요.
9 아빠, 힘내세요!
공사판에서
돌아오신 아빠
요로용 뽕!
주문으로
나의 팔은 실로폰 채로
아빠의 등은 실로폰으로
변하게 하여
동, 동, 동
-아빠, 힘내세요!
연주케 하자
아빠 등의 푸른 멍이
사라졌어요.
10 조금만
빗방울 알람이
똑, 똑,
강아지를 깨우자
살랑살랑
딸랑 딸랑
애교 부리며
조금만! 조금만!
쿨, 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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