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여름
11 장갑의 큰 사랑
추워!
추워!
겨울바람으로
오들오들 떠는 손이
뭉툭한 장갑을
흘깃흘깃 보자
장갑이 느린 목소리로
-그동안 외롭게 하다가 필요하면.
삐죽이다가도,
그래도 손이 가여워서 슬며시
-따뜻하게 해 줄게.
작은 소리로 말해요.
12 죄!
18원이 이웃 밭에
c, c, c를
꼭꼭,
심었더니
가시덩굴이 되어
이웃의 눈에 눈물 흘리게 했어요.
그러자 해님은 착하다며
18원에게 180원으로 돌려줬어요,
13 겨울
개울 속 붕어빵
영이도 잡고
철수도 잡고
수정이도 잡고
아줌마가
아이들 따뜻하라고 풀어놓은
붕어빵, 잡느라고
영이 철수 수정은
추위를 잊었어요.
14 월급날
월세, 식비, 공과금,
조폭들에게
동그라미를 뺏겨서
늘 울상이던
지갑도
단, 하루 웃지.
15 삼한 사온
겨울은 하나님보다 센가 보다.
삼 일간
후~
후~
찬바람으로
하나님의 손을 시리게 하여서
따뜻하게 하려고
호~
호~
나흘 동안
입김을 부시니까.
16 거울 보며
곱슬머리고 짱 구면서!
주근깨 못생긴 게!
딸기코 술주정뱅이!
이가 삐죽삐죽 괴물!
뚱뚱보 돼지!
콧구멍에 항공모함이 들어가겠다!
입들이 다투자
엄마가 싸늘하게 화낸다.
-성형수술해줄게!
17 영원히
겨울 하고만 노는
고드름을 보며
왜 다른 계절과는
안 놀지.
? 가 되는 처마
그러나
겨울 가자 찾아온
봄, 여름, 가을과의 놀이로
새까맣게 잊은 처마의 눈
! 는 못 되겠다.
18 사과나무와 엄마 풀잎
어른 나무 아래에
허리 굽은 엄마 풀잎 있어요.
엄마 풀잎은
밤에는 별빛을
낮에는 해님을 훌뿌려서
아기 씨앗을 사과나무가 되게 했어요.
그러자
엄마 풀잎은
잘 커줘서 고맙다며
울창한 나무를 보면서
매일매일
이슬을 맺고 떨어뜨려요.
19 마음
뭉쳐진 털실아!
네가 한 올 한 올 풀리어서
코바늘로 한 코 한 코 짜여
장갑, 모자, 옷으로 변신하여
추위로 덜 덜 떠는
나를 따뜻이 해다오.
20 내가 죽겠다.
두더지들 경쾌한
음악소리 홀리어
쑥, 쑥 내민 머리
망치로 딱, 딱 때렸어요.
그러자
-아야! 하고 쏙, 쏙 숨었지만.
금방 잊고서 머리를 내밀어요.
그 모습에 화난 나
계속하여 때렸는데
그런데도 올라오는
두더지 머리들
-내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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