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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심자 Oct 14. 2021

기적이 오다

기적적인 임신

셋째를 가지고 싶었다. 워낙 자식 욕심도 있고 아이들을 이뻐했기 때문에 많은 자식을 낳고 싶었다.

결혼 전부터 남편과 계획한 것이 넷째까지낳자!라고 늘 얘기했었다.

내 나이 서른다섯.

더 늦기 전에 셋째를 가지자고 다짐하고 2018년 1월부터 노력을 했다. 

그러나 무슨 일이 내 몸에 일어나고 있었던 걸까?

내 나이 너무 많은 건가? 

1년이 되도록 아이가 가져지지 않는다. 

산부인과를 다니며 배란일 맞춰가며 1년을 노력해도 가져지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께서 난임이라고 하셨다.

청천벽력이라고 한다면 이것이겠지. 

앞이 까매졌다.

마치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지끈거렸고 속이 울렁거릴 만큼 난임이라는 단어는 내게 굉장히 불편했다.

둘째까지 잘 낳은 내게 난임이라니..

"제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요?"

"그런 건 아니에요. 난임은 언제든 찾아온답니다. 지금부터 인공수정 준비, 난임 치료하실래요?"

눈물이 철철 흐른다. 둘째까지 있는 엄마가 셋째 못났는다고

우는 경우가 있을까?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왜 울어. 괜찮아. 우린 자식이 둘이나 있잖아."

남편이 나를 달래기 위해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난 넷까지 낳고 싶은데.. 형제를 많이 만들어주고 싶은데.. 둘은 너무 적은데.. 셋째 낳고 싶어..'

그렇게 2019년도가 되었다.

나는 일을 시작했고1월부터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른 만큼 바쁘게 살았다. 

내 주위에 시집간 지인들은 온통 자식들이 셋이고 그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들만 부러워서 쳐다보다 부러운 마음과 우울감에 sns도 모두 끊고 일에만 몰두했다. 그렇게 꽃피는 봄 4월이 찾아왔다. 

계절이 변하는 시간만큼 나도 셋째에 대한 욕심을 비우고 살았다.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기로 하니 마음도 편하고 기분도 괜찮아졌다. 

나름 운동도 시작하고 영양제도 챙겨 먹으며 내 몸 관리도 열심히 하고 남편도 우리 가정의 행복은 건강이라고 건강 챙기기 운동을 벌이며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한데 4월 중순이 접어들며 어느 날..

속이 너무 좋지 않고 자꾸 구토 증상이 나타났다.

워낙 위가 좋지 않았던 터라 내과를 찾아 검사해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나고 버틸 수 없을 만큼 힘들어지니 병원을 제 발로 찾아가게 되었다. 

내과 선생님께서

" 왜 여길 와요? 산부인과로 가봐요"

너무 해맑게 얘기하신다.

"선생님. 무슨 소리세요. 제 자궁의 이상인 가요? 아님 임신을 말하시는 거라면 저 난임 판정받은 사람입니다. 왜 절 슬프게 하시나요."

"저 믿고 산부인과 가보세요. 검사했는데 아무런 증상 없으면 다시 내과로 오세요"

나는 곧장 산부인과로 갔다. 무슨 정신에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다. 반신반의하며 설레고 떨리고. 진료를 보러 온 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 1초가 10분 같은 느낌이었다.

"김보경 님"

나다. 얼른 들어갔다. 그리고 내 주치의에게 모든 얘기를

했다. 검사를 해보자고 하신다.

어찌나 떨리던지..

의사 선생님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셨다.

"어떻게 임신이 된 거죠!? 무얼 하신 거예요? 임신이에요. 정말 기적이네요! 너무 축하해요."

뭐라고? 임신이라고? 나 임신했다고?

"선생님. 잘 보세요. 혹 기생충을 잘못 보신 거 아닌가요? 아니, 제 아이가 기생충이 아니라. 그러니까.. 어떻게 제가 임신을 했죠?"

"그걸 제게 물어보시는 거예요? 허허. 어쨌든 아가가 맞아요. 심장소리 들려줄게요. 6주입니다."

'6주.. 6주면 내가 미친 듯이 커피를 들이붓고 살 때인데..

미쳤구나! 내가 아이에게 카페인을 들이붓고 있었어! 이런 망할 놈의 김보경이. 이렇게 무지하다니.'

나는 생리가 불규칙해서 두 달에 한번 할 때도 있고 하니 전혀 아이를 가진 거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선생님께서도 그걸 아시니 아마 모르는 것이 당연했을 거라고 이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이 아이의 태명은 기적이 되었고

나의 사랑스러운 셋째 아가 기적이라 기적처럼 온 것이다.

지금 그 기적은 우리 집의 세 번째 나무로 너무 이쁘게 잘 자라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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