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둔치
미운 오리 알비노가 태어나기 전 낙동강 주변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었고 동네 오리들과 온갖 잡새들은 황급히 둥지를 강변 둔치 높은 곳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어리 버리 오리 일가는 좀 더 일찍 서둘러 둥지의 알들을 옮기기 시작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쳐 다 옮기기도 전에 낙동강 상류의 물이 들이닥쳐 몇몇 알들이 떠내려갈 위기에 처해 있었다. 늦게 여유 부리며 옮기던 주변의 둥지에 있던 알들은 둥둥 떠내려가기 시작했고 급한 마음에 허둥지둥 보이는 대로 닥치는 대로 알들을 허겁지겁 옮기게 되었다. 알에 이름이 써 있는 것도 아니니 대충 옮겨져서 예상치 못하게 다른 알들이 섞이게 되었고 이때 다리 위에서 떨어진 백조알도 다행이도 어리 버리 일가의 둥지 근처 물가로 떨어져서 어리 버리 오리 부부의 둥지로 옮겨지게 된 것이다.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지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리 버리 부부의 둥지에는 옮기기 전보다 알이 좀 더 많아진 것 같았으나 어쩔 수 없이 품게 되었다. 늦게 옮긴 둥지의 새들은 알이 많이 떠내려가 숫자 줄었거나 다른 새들의 알이 섞여서 알록달록 울긋불긋 했으나 모두들 개의치 않고 성심껏 품어서 새끼들이 깨어나기만을 학수고대 하였다.
4주후에 오리마을의 둥지들에서는 새끼 알들이 깨어나기 시작했으나 홍수피해로 인해 상했거나 체온이 떨어져 발육이 늦은 알들이 알을 깨고 나오기 힘들어 하자 왼발 오른발로 차고 부리로 톡톡 툭툭 탁탁 턱턱 쪼아 깨어나오는 걸 어미새들이 도와주었다.
꿱꿱 꿲궦 꿱꿱 꿱꿱 우는 다수의 새끼 오리 울음들 사이에 크륵크륵 짺짹 삐약삐약 구우구우 뻐꾹뻐꾹 등 온갖 잡새들의 소리로 들리기 시작했으며 알비노는 “크 허 케에웍 크웩 켁” 울며 먹이를 달라고 울었다.
알비노 : 크 허 케에웍 크웩 켁(밥줘요)
어리 버리 : ?!?!?!(뭐지 이 소린??)
가리 : 꿱꿲 꿱(밥줘요)
나리 : 꿱꿲 꿱(밥줘요2)
다리 : 꿱꿲 꿱(밥줘요3)
라리 : 꿱꿲 꿱(밥줘요4)
마리 : 꿱꿲 꿱(밥줘요5)
알비노 : …???(뭐지 이 소린?)
바리 : 꿱꿲 꿱(밥줘요6)
사리 : 꿱꿲 꿱(밥줘요7)
알비노 : (아!!!) 퀙꿲 꿱(밥줘요)
아리 : 꿱꿲 꿱(밥줘요8)
자리 : 꿱꿲 꿱(밥줘요9)
처음 혼자일 때 본능적으로 날카롭고 갈라지는 소리를 내던 알비노는 다른 오리 형제들이 깨어나며 모두 “꿱꿲 꿱” 울려 밥 달라고 하자 상황을 눈치채고 잽싸게 몸을 작게 움추리며 소리를 흉내 내어 “퀙꿲 꿱” 울었다. 어리 버리는 평소보다 많은 새끼들이 밥 달라고 울어대는 바람에 정신이 없어서 처음에 잠시 알비노를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다 새끼로 받아들이고 먹이를 물어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