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와 닭 그리고 백숙
닭 쫓던 오리
옆 동네 집 개가 늘 닭을 괴롭히며 쫒아 다니다 닭이 위험을 느껴 지붕 위로 올라가면 개가 지붕 위를 멍청히 쳐다보곤 하였다. 이 모습을 본 미운 오리 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속담이 맞는구나”라고 생각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미운 오리가 오리들과 모이를 먹는데 닭 한 마리가 자꾸 와서 모이를 뺏어 먹자 열 받은 미운 오리와 오리들이 닭을 쫒아 내자 위협을 느낀 닭이 지붕 위로 날아올라 갔다.
그러자 미운 오리와 오리들이 멍하니 지붕위의 닭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 모습을 지켜본 동네 집 개가 의아해 미운 오리의 날개를 핥아보며 왈
동네 집 개 : “멍~멍~ 오리 맛은 아닌데..”
미운 오리 : 어머~ 이개 미친개야~ 크허헉 케엑 퀘엑 퀙꿱
닭 한마리
어느 시골 한적한 호숫가 옆에 오리 전문 음식점이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 해진 무렵 손님 일행이 들었고 손님은 메뉴 중에서 오리 한마리를 주문하였다.
음식점 주방장이 마당에서 무리 지어 놀고 있던 오리떼에 다가가자 낌새를 차린 오리들은 안잡히려고 뒤뚱뒤뚱 도망쳐 마침내 주루룩 호수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데에 성공했다. 그런데 맨 뒤에 따라가던 한마리가 미처 호수로 들어가기 전에 주방장에게 잡히고 말았다.
한마리는 발버둥 치며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목놓아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 주방장이 잽싸게 한마리 목을 비틀었고 의심할 바 없이 어두운 마당 우물가에서 한마리의 목을 치고 털을 뽑고 다리를 자르고 몸통을 손질하여 주방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엉” 밝은 데서 보니 잡은 오리의 다리와 목이 완연히 오리와 다른 모습이 아닌가?
놀란 주방장은 그러나 이미 죽은 정체 모를(사실은 알지만) 조류를 오리로 위장하기 위해 앞의 손님이 먹지 않아 버린 오리발과 오리 주둥이를 함께 넣어 오리 한마리탕을 요리해 손님에게 내놓았다.
손님일행은 마침 시장하던 차에 맛있는 오리 한마리탕을 먹기 시작했는데 손님 중 한명이 나름 미식가 인지라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며 “어! 왜 오리탕에서 닭 한마리 맛이 나지!”하며 주방장을 부르자 주방장 나와서 천연덕스럽게 탕안에 있는 오리발을 내어 보이며 오리임을 주장하였다.
이에 손님 왈 “아 이양반이 누굴 속여! 닭 잡아 놓고 오리발 내미네!
에구 오늘은 미운 오리가 잠시 출타 중에 하얀털 암닭이 오리무리 뒤를 쫒아 가다 비명횡사 ㅋㅋ
백숙
미운 오리가 어느덧 사춘기가 되어 이성을 그리워하게 되었는데 도무지 오리들 하고는 연애 감정이 생기지 않아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괴로워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겨울 어느 날 눈이 내리는 호숫가에서 만난 아름다운 백조에게 반하여 설레는 마음을 다잡고 다가가 이름을 물어보자 백조는 수줍어하며 “숙”이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여러 차례 만나며 데이트를 즐기던 중 봄이 다가오고 어느 날부터 백조 “숙”이 보이지 않았다. 겨울철 동절기가 끝나자 철새들과 함께 떠난 것이었다. 미운 오리는 너무 슬퍼서 백조 “숙”을 찾아 헤매던 중 호수 인근 인간 마을 식당에 붙어 있는 간판에 “백숙” 요리 전문이라는 글을 발견하고는 절망하여 외쳤다.
미운 오리 : “숙아! 잘 가라! 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