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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힘쓰는 힘둘기 Jan 14. 2022

어른이 말하는 강한 사람

그럼에도 스쿼트를 해야 하는 이유

초등학교를 다닐 때, 집안 사정으로 전학을 자주 다녔다. 나는 결국 총 다섯 곳의 초등학교를 다니고 나서야 초등학교 졸업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언제나 전학온 아이는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부터 오후까지 학교에서 시간을 같이 보내고 방과 후에도, 주말에도 놀이터에서, 동네 골목에서 놀면서 생긴 단단한 커뮤니티에 굴러온 돌이 끼어든 셈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순수하고 호기심이 많다. 그래서 새로 온 전학생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스스럼없이 한다. 보통은 담임 선생님이 먼저 전학생을 교무실에서 교실로 데려오고, 전학생이 "안녕 나는 누구누구야, 잘 지내자" 정도의 소개를 하고 빈 자리에 앉으면 질문 세례가 시작된다. 전학 하면 일가견이 있는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첫 번째, 너 싸움 잘해?

두 번째, 너 축구(또는 게임)잘해? 였다.


왜 그런 질문들이 많았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새로 굴러들어온 돌(전학생)이 기존의 그들의 질서에 변화를 줄 수 있는지 여부를 궁금해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말해 '강자'인지 여부를.


나의 초등학생 시절에는 주먹, 축구, 게임의 실력으로 강자를 규정하였고, 강자는 무리에서 존재감, 영향력을 드러낼 수 있었다. 두려움의 대상인 강자가 아니라 선망의 대상이자 인기있는 친구가 되는 것이며 누구도 얕잡아보지 않는다. 그래서 강해 보이기 위해 위의 셋의 실력을 증명해야 했다. 싸움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축구와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어른이 된(어른이 된 지가 한참이 된)지금, 무엇으로 강함을 규정지을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아직도 물리적인 힘을 과시하는 유치한 어른이 되고싶지 않은 마음에, 운동을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는 않는 것처럼 괜히 손사래치기도 한다(제가 그렇게 쎈건 아니에요 등). SNS 개인계정에도 운동만 하는 것처럼 보이기가 싫어 운동기록용 계정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


요즘은 강한 어른은 마음이 견고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환경에 휩쓸리지 않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내 감정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불평하지 않고 주어진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초등학교 전학생이었다면 재미없는 친구라 생각될 수 있을 것이다. 걸려오는 시비는 물 흐르듯 피하고, 축구나 스타크래프트에서 최선을 다하고 젔어도 웃을 수 있는 그런 친구.


역설적이게도 견고한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는 한결같은 컨디션을 유지해주는 육체가 필요하다. 우리의 몸은 작은 컨디션의 변화에도 크게 반응한다. 피곤하고 아픈 몸의 상태에서는 평소였으면 웃어넘겼을 일에도 짜증이 나게 되고,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결과에도 비관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좋은 컨디션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데는 규칙적인 근력훈련만 한게 없다.

스쿼트와 밴치프레스, 데드리프트가 강한 어른이 되게 해준다는 말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스쿼트를 한다.


요즘도 가끔 전학을 가서 자기소개하는 꿈을 꾼다. 꿈속의 나는 자신있게 말한다. "안녕 얘들아, 나는 스쿼트 200kg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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