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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열 May 04. 2023

내 안의 또 하나의 나

잠이 깨었다.

휴대폰시계가 am 5 : 27분이라 써놓고 깜빡인다.

옅은 커튼밖으로 밝아오는 새벽이 보이지만 아직은 희미한 여명의 빛으로 보인다.


전날 나는 늘 아침 7시에 알람을 해놓고 잠이 들지만 정작 내 잠을 깨우는 것은 알람이 아니라 꿈이다.

거의 매일이 그랬다.

그 꿈들은 꼭 출발선에 서있다가 총소리와 함께 출발을 하는 마라토너들의 그것처럼 정확한 시간에 출발을 해서 거의 5시 언저리에 내 잠을 깨우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다시 잠이 드는 것이 쉽지가 않다.

눈을 감고 머리를 비우려 하여도 내 잠을 깨운 좀 전의 꿈의 잔상들이 눈주위를 맴돌고 머리의 정수리에 꽈리를 틀고 눌러앉아 정신을 말똥거리게 하였다.


' 그래 일어나자.

일어나서 천천히 움직이고 늘 하던 루틴대로 하루를 시작하자 '


머리가 시키는 데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일어나 앉았다.


' 아냐, 더 누워있어

지금 일어나서 뮈하게?

오늘 정해진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지금부터 움직이면 오늘 하루가 너무 길어

더 누워있어 '


방금 일으켰던 몸을 다시 침대에 뉘었다.


나는 늘 둘이다.

천사와 악마처럼 옳고 그름의 선(線)이 명확하지도 않은 디테일만 조금 다른 어쩌면 똑같이 생긴 나는 늘 둘이었다.


이 둘은 사이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둘의 의견이 딱 맞는 경우가 거의 없다.


계단을 오르고 계시는 거동이 불편하신 어른을 보았을 때 지체 없이 달려가 부축을 해드리는 어쩌면 善과惡이 명확한 일을 할 때는 둘이 맞서지 않는다.


아니다.

이럴 때 또 하나의 나는 아예 나서지를 않는 듯하다.

당연히 달려가서 부축하고 도와 드려야지 하면서 둘은 의견이 일치한다.


오늘 라운드를 하고 있을 때 다른 친구가 내일 라운드를 할 수 있느냐고 전화가 왔다.

어김없이 내 안에는 또 내가 둘이된다.


' 그래, 내일 간다고 해.

누군가 너를 찾고 불러줄 때 빠지지 말고 참석하고 만나

자꾸 거절하면 나중에 사람들이 너를 찾지 않아 '

하나의 내가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 아냐, 안된다고 해.

이제 니 나이가 20,30대가 아니야.

너 자꾸 이런 식으로 무리를 하면 얼마 되지 않아 몸이 너한테 복수할 거야.

돈도 좀 아껴 '


둘의 각이 너무 날카롭고 너무 날쌔다.

도무지 물러설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전화기의 친구가 왜 대답을 하지 않느냐고 채근을 한다.

'응, 친구야

내가 금방 전화할게

지금 라운딩 중이라ㆍㆍ'


결국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더 있다가 잘 모르는 시험지에 나와있는 O, X 둘 중 하나를 찍듯이 선택을 해서 그 친구에게 답을 해준다. 


내 속을 확 뒤집어 놓은 친구를 두고 이 둘은 또 다툰다.

' 그래 이제 그런 친구는 정리하자.

이러다가 너 화병 걸리겠어.

마음 편한 친구들도 얼마든지 있는데 뭣하러 이런 속 썩이는 친구를 만나?

이제부터는 편한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

인생이 그렇게 길지 않아 '

 

' 아냐.

인생을 살다 보면 중도 보고 소도 보는 거야.

네 마음에 조금 들지 않는다고 자꾸 인간관계를 정리하다 보면 나중에 니 주위에 아무도 없어.

사람들이 너더러 까칠하고 불편하다고 할 수 있어.

그냥 만나 

하루, 이틀 살다가 말 짧은 인생도 아니야 '


아~

나더러 대체 어쩌라고?

도대체 너희 둘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제발 너희 둘 중 누구 하나가 내 집에서 좀 나가 줘.


소리를 질러 둘을 갈라놓으려 하였다.


그렇게 각을 세우고 다투던 내 안의 둘은 나의 이런 절규에 아무런 대꾸가 없다.

아예 코빼기도 보이 지를 않는다.


둘 다 내 집에서 나갈 생각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저러다가 내일 아침이면 또 둘이 같은 시간에 일어나 나더러 하나는 침대에서 일어나라고 하고 또 하나는 더 누워있으라고 나를 닦달할 것 같다.


나더러 대체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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