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은 여기에 계시지 않습니다.

보내드리기 싫은데

by 이종열

팔공산으로 가는 길에 아직도 겨울이 가득하다.

입춘과 우수가 지났는데 온 사방이 겨울이고 봄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이 든다.


길가 가로수들은 아직 벌거벗고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과 마주하고 섰고 사람이 없는 人道에는 낙엽들만이 부는 바람에 이리 날리고 저리 흩어진다.

어쩌다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종종걸음으로 갈 길을 재촉한다.


아직은 을씨년스럽다.

그제 내가 보았던 그 나비는 이 추위를 어떻게 견딜까 걱정도 되고 안쓰럽기도 하다.


집에서 자동차로 40여분을 달려 어머니가 계신 집에 도착을 하였다.


어머니 계신 집이 사방이 고요하다.

간간히 들리는 산새들 소리만이 깊이 내려앉은 고요를 깨웠지만 새들이 울음을 그치고 나면 이내 고요와 적막이 그 자리로 찾아든다.

귀가 먹먹하다.

어머니가 혼자 팔공산 깊은 이곳으로 이사를 오신지 올해로 딱 10년이 되었다.


그날 어머니는 가지고 계시던 어떤 것도 가지지 않고 작은 항아리 하나만 들고 이곳으로 이사를 오셨다.

아니다.

작은 항아리 하나에 당신의 몸을 담아 이곳으로 이사를 오셨다.


늙으신 노승(老僧)이 내 어머니를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천도를 하셨고 내 어머니는 노승의 독경소리를 따라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실 먼 길을 홀로 떠나셨다.


그날 나는 참으로 많이도 울었다.

늙은 스님의 독경소리가 구슬퍼 울었고 어머니의 떠나심이 아쉽고 아파서 울었다.


그날은 오늘처럼 그리 춥지는 않았다.

그날은 겨울을 보내는 비가 하루 종일 내리셨다.

그 비가 그치고 이내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았다.

봄비였다.

스님께서 ' 어머니 가시는 날 이리도 따스하니 아마 거사님 모친께서는 편안히 부처님의 세상으로 잘 가셨을 것입니다 '라고 하셨다.


그날 내린 봄비가 열 번이 더 내리셨다.


며칠 전 어머니 계신 곳에서 한 통의 편지가 내가 살고 있는 집으로 날아들었다.

모월 모일에 어머니 집 임대차 계약 기간 10년이 다 되었으니 다시 계약을 하라는 안내 편지였다.


오늘 그 편지의 날이 되어 어머니가 살고 계시는 집 계약을 다시 하려고 팔공산을 찾았다.


계약서를 쓰는 종무소에 들리기 전에 법당에 먼저 들러 부처님을 뵈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얼마 전에 어느 다른 한 분이 이곳에서 스님의 독경소리를 들으며 이 세상을 건너 저 세상으로 가셨나 보다.

법당에 그분의 사진이 놓여있고 영가(靈駕)라는 글자가 그분의 이름 앞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법당에서 삼배를 하고 일어서는 나에게 스님이 물으셨다.


" 오늘 거사님이 보러 오신 분이 누구신가요? "하셨다.

" 제 어머님이십니다 " 내가 대답을 하였다.


스님이 다시 내게 물으셨다.

" 그래, 어머님 가신 지가 얼마나 되셨나요? "


" 엊그제 일 같은데 벌써 10년이 되었답니다 "

내가 양손을 모으고 스님을 쳐다보며 말을 하였다.


잠시 동안 나를 보시던 스님이 다시 말을 하셨다.

" 지금도 어머니가 보고 싶고 그립습니까? "


나는 망설이지 않고 스님께 바로 말을 하였다.

"그럼요, 스님

제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머니 생각이 더 나고 살아생전에 불효가 너무 가슴이 아프고 쓰립니다 "


스님이 내게 그러셨다.

" 이제는 그리워하지도, 아쉬워하지도 말고 이곳으로 어머니를 보러 오지 않아도 됩니다. "


" 스님, 어머니가 보고 싶고 그리운데 어찌 그리워하지도 말라하시고 오지도 말라고 하십니까? "

의아하고 실망스러운 마음에 내가 스님께 물었다.


" 이곳에 거사님의 어머님은 이제 계시지 않습니다.

어머님은 이제 어머니의 세상으로 가시고 지금은 이 세상 어느 곳에도 계시지 않답니다.

어머니는 10년 전에 이미 돌아가셨지요.

원래 어머니가 오셨던 그곳으로~~~ "


정말로 어머니는 이곳에 계시지 않으실까?

정말로 어머니는 내가 있는 이곳을 떠나 어머니의 세상으로 돌아가셨을까?

어머니 방에는 저리도 고운 어머니 얼굴이 내가 올 때마다 환하게 웃으시며 나를 반기셨는데 어머니는 이곳 방안에 계시지 않는다는 말씀인가?


내손에 늘 들고 다니던 마땅히 내 것이었던 소중한 것이 내 것이 아니라 주인이 따로 있다는 소리로 들려 당황스러웠다.


스님이 법당을 나서면서 또 한 말씀을 하셨다.

" 거사님이 이리 자꾸 어머님을 뵈러 오시면 어머님은 자주 거사님을 돌아보시게 되고 온전하고 편안하게 어머니 세상에 계시 지를 못합니다.

그러니 어머니를 뵈러 오지 마시고 그저 어머니를 추억하러 오십시오 "


스님은 그리 말씀을 하셨지만 나는 아직 어머니를 보내 드리지 못하고 있다.

나는 아직 내 엄마를 보내 드리기가 싫다.


어머니 집을 나서는 시간에 산새들은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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