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드리기 싫은데
그날 나는 참으로 많이도 울었다.
늙은 스님의 독경소리가 구슬퍼 울었고 어머니의 떠나심이 아쉽고 아파서 울었다.
그날은 오늘처럼 그리 춥지는 않았다.
그날은 겨울을 보내는 비가 하루 종일 내리셨다.
그 비가 그치고 이내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았다.
봄비였다.
스님께서 ' 어머니 가시는 날 이리도 따스하니 아마 거사님 모친께서는 편안히 부처님의 세상으로 잘 가셨을 것입니다 '라고 하셨다.
그날 내린 봄비가 열 번이 더 내리셨다.
며칠 전 어머니 계신 곳에서 한 통의 편지가 내가 살고 있는 집으로 날아들었다.
모월 모일에 어머니 집 임대차 계약 기간 10년이 다 되었으니 다시 계약을 하라는 안내 편지였다.
오늘 그 편지의 날이 되어 어머니가 살고 계시는 집 계약을 다시 하려고 팔공산을 찾았다.
계약서를 쓰는 종무소에 들리기 전에 법당에 먼저 들러 부처님을 뵈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얼마 전에 어느 다른 한 분이 이곳에서 스님의 독경소리를 들으며 이 세상을 건너 저 세상으로 가셨나 보다.
법당에 그분의 사진이 놓여있고 영가(靈駕)라는 글자가 그분의 이름 앞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법당에서 삼배를 하고 일어서는 나에게 스님이 물으셨다.
" 오늘 거사님이 보러 오신 분이 누구신가요? "하셨다.
" 제 어머님이십니다 " 내가 대답을 하였다.
스님이 다시 내게 물으셨다.
" 그래, 어머님 가신 지가 얼마나 되셨나요? "
" 엊그제 일 같은데 벌써 10년이 되었답니다 "
내가 양손을 모으고 스님을 쳐다보며 말을 하였다.
잠시 동안 나를 보시던 스님이 다시 말을 하셨다.
" 지금도 어머니가 보고 싶고 그립습니까? "
나는 망설이지 않고 스님께 바로 말을 하였다.
"그럼요, 스님
제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머니 생각이 더 나고 살아생전에 불효가 너무 가슴이 아프고 쓰립니다 "
스님이 내게 그러셨다.
" 이제는 그리워하지도, 아쉬워하지도 말고 이곳으로 어머니를 보러 오지 않아도 됩니다. "
" 스님, 어머니가 보고 싶고 그리운데 어찌 그리워하지도 말라하시고 오지도 말라고 하십니까? "
의아하고 실망스러운 마음에 내가 스님께 물었다.
" 이곳에 거사님의 어머님은 이제 계시지 않습니다.
어머님은 이제 어머니의 세상으로 가시고 지금은 이 세상 어느 곳에도 계시지 않답니다.
어머니는 10년 전에 이미 돌아가셨지요.
원래 어머니가 오셨던 그곳으로~~~ "
정말로 어머니는 이곳에 계시지 않으실까?
정말로 어머니는 내가 있는 이곳을 떠나 어머니의 세상으로 돌아가셨을까?
어머니 방에는 저리도 고운 어머니 얼굴이 내가 올 때마다 환하게 웃으시며 나를 반기셨는데 어머니는 이곳 방안에 계시지 않는다는 말씀인가?
내손에 늘 들고 다니던 마땅히 내 것이었던 소중한 것이 내 것이 아니라 주인이 따로 있다는 소리로 들려 당황스러웠다.
스님이 법당을 나서면서 또 한 말씀을 하셨다.
" 거사님이 이리 자꾸 어머님을 뵈러 오시면 어머님은 자주 거사님을 돌아보시게 되고 온전하고 편안하게 어머니 세상에 계시 지를 못합니다.
그러니 어머니를 뵈러 오지 마시고 그저 어머니를 추억하러 오십시오 "
스님은 그리 말씀을 하셨지만 나는 아직 어머니를 보내 드리지 못하고 있다.
나는 아직 내 엄마를 보내 드리기가 싫다.
어머니 집을 나서는 시간에 산새들은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