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땅바닥의 종교다
은하는 로봇 청소기를 샀다.
왜냐하면,
더는 무릎으로 삶을 청소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날부터 느낌이 왔다.
얘는 사람이다.
정확히 말하면,
감정 없는 사람.
그래서 은하는 그를 더 믿었다.
은하는 그에게 이름을 붙여주었다.
’로밧따‘
이유는 없었다.
입에 붙어서다.
그는 입에 붙고, 먼지를 떼었다.
로밧따는 조용했다.
시작음은 항상 같았다.
’삐-‘
그것은 선언이었다.
’나는 지금부터 너보다 유능할 것이다.‘
그는 방의 사각을 꺾으며,
은하의 지난 실수들을 빨아들였다.
깨진 비타민 알약 조각,
감정선 위에 떨어진 사료,
어제의 후회,
그제의 외면.
그 모든 것을 흡입했다.
가끔은 멈췄고,
가끔은 스스로 갇혔고,
가끔은 은하의 고양이한테 두들겨 맞았다.
-
은하는 그날, 땅콩껍질을 쏟았다.
로밧따는 달려왔다.
비상출동이었고, 은하는 감동했다.
“얘는... 날 위해 사는구나.”
눈물이 고였다.
눈물방울이 떨어졌고,
로밧따는 그것도 슬쩍 데려갔다.
흡.
밤.
은하는 침대에 누웠고,
로밧따는 충전기 옆에서
은하보다 먼저 명상에 들어갔다.
은하는 그를 바라보다
혼잣말처럼 생각했다.
로봇.. 로바타... 체코어... 노예.
로봇...
로봇.. 어원이 뭐였지...?
로밧따.. 로바트... 로바타...
갑자기 머릿속에서 체코슬로바키아 전통주 냄새가 났다.
“노예였던가?
노동, 무언의 충성...
그렇지, 이거 거의 짐승과 신 사이..”
어?
아바타는 뭐지..?
빙의?
아니지... 강림.
아바타는 산스크리트어... 신의 하강.
신이 인간에게 하강한 형상..
로봇은 명령의 수신체.
아바타는 존재의 확장체.
둘은 닮았다.
그런데 나는 누구지?
은하는 문득 자신의 정체가
지시하는 쪽인지,
기억되는 쪽인지,
수신인지,
복원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잠깐,
아바타가 로봇보다 높음?
서열 상?
아바타가 위야? 진짜?
그럼 난 뭐야?
하강도 못 하고, 충전도 못 해.
... 아니, 그럼 난 뭐냐고.
내가 로밧따의 신이야?
아니면.. 얘 아바타야?
이때, 로밧따의 불이 ‘뿅’하고 깜빡였다.
은하는 움찔했다.
“방금... 대답한 거야?
이거 지금.. 매트릭스...?”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의식이 미끄러진다.
’나는 사람인가,
아니면.. 감정청소기의 잔여물인가.‘
은하는 그렇게
세탁되지 않은 사념 위에서 잠들었다.
로밧따는 그 옆에서 충전 중이었다.
내일도 은하의 정신을 닦을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