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05 바지락에 진심인 나를 누가 말려줘요

다시 만난 세계



시작은 바지락탕이었다.

끝은..거의 창업 직전이었다.



내 손놀림에 문제가 생겼다.

너무 잘 캔다는 거다.



이틀 연속 30개.

농담 아니다.

내가 세봤다.

오죽하면 바지락도 헷갈렸을 거다.

“우리가 지금.. 어장관리 당하는 거지?”



“그 정도면… 팔아도 혀.”

속삭임처럼 들렸지만,

정확히 말한 사람은 충남 대표 어촌계 왕언니였다.



처음엔 “아이참 뭘 팔아요~” 하면서

웃으며 손사래 쳤다.

손사래만 쳤는데, 손목에 근육이 잡혔다.

이미 팔 준비 중이었다.



그 말을 들은 그날 밤,

나는 손목에 파스를 붙이고 있었다.

왜냐면 다음 날 더 많이 캘 예정이었으니까.

팔 생각은 없었다.

다만 자세가 잡히기 시작했다.



그날 밤,

나는 쿠팡에서 진공포장기를 검색했다.

“초보 바지락 포장 기계 추천”

리뷰도 읽었다.

리뷰가 5점 만점이면,

내 머릿속 시뮬레이션은 이미 별 다섯 개였다.



나는 곧장 포장 단위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

소포장 / 대포장 / 선물세트 구성

친환경 컨셉이냐, 프리미엄이냐,

아님 SNS용 밈 조개냐.



눈앞이 바지락이 아니라

(주)바.지.락. 이 됐다.



상호명은 이미 후보가 있었다.

’은하락?‘

’락락락?‘

그날 이후로 잠이 들기 전엔

자꾸 조개 이름 생각만 났다.



‘은하락’은 상표 등록 들어갔다.

’락락락‘은 너무 중독성 있어서 2차 후보.



내가 돈 벌겠다고 갯벌에 온 건 아니었지만,

돈이 먼저 나를 알아봤다.



“이제 곧 내 바지락에도 브랜드가 생기겠구나.”



근데 또 이게 사람 심리가 그렇다.

팔 생각이 생기면,

그날부턴 조개가 작아 보인다.

“이걸로 팔아서 될까?

사이즈 편차 너무 큰데..”



이제 갯벌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나는 조개를 보는 게 아니라,

조개를 평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내가

슬슬 기가차기 시작했다.



욕심은 사람을 예민하게 만들고,

예민한 사람은 조개를 놓친다.



욕심이라는 건 원래 조용히 입장해서

거의 제집처럼 눌러앉는다.

그놈 이삿짐엔

진공포장기, 상표등록서, 그리고 허영심도 껴 있었다.


내가 이걸 또 진심으로 고민하는 거, 정말 아무한테도 말 못 한다. (그래서 썼다)



그리고 다음 날,

갯벌 출근완료.

사업은 접었고,

조개는 계속 캔다.

왜냐면 회비는 환불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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