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둘기 Sep 19. 2024

얼굴보단 심장!

내면의 아름다움

요즘은 해외에서 뛰는 대한민국 축구 선수들이 정말 많다. 영국에서 뛰고 있는 토트넘의 손흥민 선수와 울버햄튼의 황희찬 선수. 독일에서 뛰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의 핵심 수비수, 김민재 선수. 프랑스에서 뛰고 있는 파리 생제르맹의 이강인 선수. 덴마크에서 뛰고 있는 FC미트윌란의 조규성 선수. 이 밖에도 수많은 선수가 세계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들 모두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 선수는 박지성 선수다. 지금은 은퇴해서 박지성 선수의 경기를 볼 수는 없지만, 가끔 유튜브 영상에서 박지성 선수의 하이라이트를 본다.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는 그의 플레이는 지금 봐도 놀랍다. 박지성 선수는 단점이 많았다. 체격도 그리 크지 않았고, 발도 운동엔 좋지 않은 평발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엄청난 장점이 있었다. 부지런함이다. 그는 매 경기 정말 최선을 다해서 뛰었다. 수비부터 공격까지 모든 곳에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박지성 선수가 달린 거리를 추적해보면 보통 10km 정도가 나왔다. ‘박지성의 축구화에 페인트를 묻힌다면 경기장에 페인트 자국이 찍히지 않은 곳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다. 사람들은 그에게 ‘산소 탱크’, ‘두 개의 심장’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박지성 선수 심장이 정말로 두 개는 아니다.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다. 아니, 지구상에 그런 포유류는 없다. 하지만 ‘두 개의 심장’이란 말은 헛된 비유는 아니었다. 심장은 혈액을 우리 온몸으로 보내주는 펌프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은 빠르고 지속적인 혈액 순환이 중요하고, 그 중심엔 심장이 있다. 사람의 심장은 대부분 비슷하다. 생김새도 기능도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유독 심장이 멋진 사람들이 있다. 그런 심장을 스포츠 심장이라고 부른다. 주로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선수들이 스포츠 심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심장은 보통 사람들보다 좀 더 크고, 심장벽이 두껍다. 보통 사람들의 심장이 물총처럼 피를 내뿜는다면, 그들의 심장은 물대포처럼 피를 발사한다. 한 번에 많은 양의 혈액을 보낼 수 있다. 그래서 심장 박동수는 일반인보다 훨씬 적다. 일반인들의 분당 심박수는 60~80회 정도다. 박지성 선수의 분당 심박수는 40회라고 알려진다. 이 정도면 ‘두 개의 심장’은 아닐지라도 ‘두 배로 좋은 심장’은 맞을지도 모른다.      



그럼 우리도 박지성 선수처럼 멋진 심장을 가질 순 없을까? 이번 생에 멋진 얼굴은 글러 먹었으니, 멋진 심장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운 좋게도 가능하다! 심장도 근육이다.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근육에 적당한 부하를 주어야 한다. 주로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우리는 근육을 단련한다. 하지만 우리가 심장으로 아령을 들 순 없다. 심장에 부하를 주기 위해선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다. 특히 지구력을 요구하는 유산소 운동이 가장 좋고, 그중에서도 달리기가 압도적으로 좋다. 참고로 우리나라 마라톤 영웅 황영조 선수와 이봉주 선수는 분당 심박수가 38회이다. 그들의 심장은 아름다움을 넘어선 예술의 경지일 것이다.     



꺼내서 보여줄 수도 없는 심장. 멋져서 뭐 하겠냐고? 폭발적으로 피를 뿜어내는 심장의 장점을 알려주겠다. 우선 심장이 건강하면 심혈관계 사망률이 감소한다. 심혈관계 질환은 암에 이어 한국인 사망원인 2위로 꼽힌다. 건강하지 못한 심장을 가진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건강하고 오래 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심장을 아름답게 가꾸어야 한다.      



역설적으로 달리기를 하면 가장 고통스러운 곳도 심장이다. 처음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이유는 숨이 너무 차서이다. 호흡이 가빠지고,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나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빠르게 뛰면 숨이 차고,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 달리기를 하면 우리 몸은 더 많은 산소를 요구한다. 우리 몸에 필요한 산소를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 호흡이 가빠지고, 온몸에 빠르게 피를 공급하기 위해 자연스레 심장이 더 빠르게 뛴다. 이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사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심장은 그리 쉽게 터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상태에서 계속 달리는 건 좋지 않다. 심장이 터지진 않지만, 멈춰버릴 수가 있다. 숨이 너무 차고 고통스러울 땐 속도를 늦추자. 잠깐 걸어도 좋다. 달리기는 심장을 괴롭히는 일이 아니다. 건강한 달리기를 위해서는 우리 몸과 긴밀하게 대화해야 한다. 멋진 심장을 갖기 위한 필수적인 마음가짐이다.      



먼 훗날 소개팅. 서로의 사진과 함께 심장 사진을 나눈다. 멋지고 아름다운 외모만큼 멋진 심장도 매력 포인트가 된다. 결혼 정보 회사에서는 가입할 때 심장 사진을 필수로 제출해야 하고, 취업할 때도 멋진 심장을 가진 사람들이 가산점을 받는다. 인스타그램엔 모두 심장 프로필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게 유행이 된다. 심장 프로필 사진을 목표로 하는 달리기 클래스도 생긴다. 외모보다 심장의 아름다움이 인정받는 혹시 모를 그날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함께 달려보는 게 어떠신지. 

매거진의 이전글 그 정도면 뛰어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