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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둘기 Sep 27. 2024

우상향

달리기도, 주식도

경제학 이론 중에 ‘한계비용 체증의 법칙’이 있다. ‘한계비용 체증의 법칙’은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비용이 점점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김밥 가게에서 직원 1명이 하루에 김밥 100줄을 만들 수 있다. 김밥 장사가 점점 잘 되자 사장님은 생각한다. ‘김밥 만들 직원만 더 있으면 하루 500줄은 팔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서 문제. 김밥 장사 사장님은 직원을 몇 명 더 뽑아야 할까?      



우리 반 학생들에게 묻는다면 4명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도 웃으며 정답이라며 엄지를 들어줄 것이다. 초등학교 수학에선 4명이 정답이다. 1명이 100줄을 만들 수 있으니, 500줄을 만들려면 5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경제학 문제라면 이는 오답이다. 1명 있던 직원이 2명이 되면 당연히 생산량은 늘어난다. 충분히 200개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직원이 3명, 4명이 된다면 김밥을 300개, 400개 만들 수 있을까? 아니다. 충분한 공간과 넉넉한 조리 도구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직원만 늘어난다면 비효율성이 생긴다. 세 명이 김밥을 쌀 자리가 없어서, 한 명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김밥을 쌓아야 한다. 조리 도구도 없어서 다른 사람이 김밥을 다 말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직원이 늘어날수록 전체 생산량은 늘어날지 모르지만, 직원 한 명이 만들 수 있는 김밥은 100개에서 90개, 80개, 어쩌면 더 줄어들지도 모른다. 김밥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비용은 점점 증가한다.      


○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실력이 쑥쑥 늘어난다. 적은 노력에 비해 많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10km를 1시간 10분에 달리던 사람이 10km를 한 시간 안에 달리는 건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10분을 줄이는 일이라도 10km를 60분에 달리던 사람이 10km를 50분에 달리기 위해서는 훨씬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10km를 50분을 달성하고 나서는 난도가 더 올라간다. 10km를 50분에 달리는 사람이 10km를 45분 만에 달리는 건 훨씬 더 어렵고, 10km를 40분에 달리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달리기에 쏟아부어야 한다. 어쩌면 평생 이루지 못할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다. 처음 10km 마라톤을 나갔을 때, 한 시간 안에 완주하는 게 목표였다. 운 좋게도 성공했다. 두 번째 10km 마라톤을 나갔을 땐 50분 이내에 완주가 목표였다. 역시나 성공했다. 나는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영원히 빨라질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더 이상 속도는 빨라지지 않았다. 꾸준히 우상향하리라 생각하던 속도는 어느 순간 멈췄다.     



내가 언제부터 기록에 이렇게 신경을 쓰게 되었을까? 달리던 순간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처음엔 억지로 달렸다. 건강을 위해서, 다이어트를 위해서 달렸다. 달리기를 선택한 이유도 간단하다. 다른 운동에 비해 그나마 견딜 만했다. 무거운 바벨을 드는 것보다, 밖을 달리는 게 차라리 나았다. 계속 달리다 보니, 달리기가 재밌어졌다. 달리기를 즐기게 되었다. 노래를 들으며 공원을 달리는 기분이 좋았다. 속도는 신경 쓰지 않았다. 편하게 숨을 쉴 수 있는 속도로 달렸다. 꾸준히 달리다 보니 속도가 조금씩 빨라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더 빠른 속도로 달려도 편하게 호흡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달릴 때 스마트 워치를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기록이 욕심나기 시작했다.      



처음 달리기를 할 때 생각했던 꿈의 목표. ‘10km 마라톤 50분 이내로 달리기’를 생각보다 일찍 달성했다. 하지만 그 속도에서 더이상 빨라지지 않았다. 다시 달리기를 즐길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얼마 전 크루원분들과 25km를 달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속도 이외에 내가 늘릴 수 있는 게 있었다. 바로 거리였다. 그래! 이제 속도 욕심은 줄이자. 이만하면 됐다. 대신 좀 더 자주, 좀 더 오래, 좀 더 멀리 달려보자. 속도가 아닌 거리를 우상향시켜보자!     



2023년 12월. 처음으로 한 달에 100km를 달렸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이 있다. 한 달에 100km를 뛰면 하프 마라톤을 뛸 수 있는 준비를 마친 것이라고. 명확한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믿기로 했다. 12월 마지막 날. 2023년 달린 기록이 나온 어플을 보았다. 아름다운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었다. 우상향 그래프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물론 계속해서 달린 거리가 늘지는 않았다. 그래프는 계속 오르다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주식에서도 매일의 주가 흐름보단 장기적인 추세가 중요하듯, 내 달리기도 마찬가지리라 믿는다.      



주가는 매일 출렁임을 반복하지만, 길게 보면 우상향했다. 우리나라의 코스피 지수도, 미국의 S&P 500지수도, 심지어 일본의 닛케이 지수도(최고점을 회복하는 데 30년이 걸리긴 했지만), 수많은 폭락을 이겨내고 우상향했다. 나도 희망과 좌절을 반복하며 살아가겠지만, 결국엔 꾸준히 상승하는 우량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덧붙여 내가 가진 주식들도 어서 빨리 좌절의 시기를 이겨내고 날아오르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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