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 책이었냐 물으신다면, 동시성이라 답하겠어요.

[하라는대로] 프로젝트의 첫 번째 대상은 <아티스트 웨이>로 정해졌다.

by 유카이리아
동시성이란 간단히 말해 사건들이 우연히 맞물려 일어나는 것이다.


<아티스트 웨이>에서 '밀어주는' 핵심 개념 중 하나이자, 의심의 눈길을 받기 딱 좋은 용어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기도와 시도는 응답받는다'는 말이나, '행동은 행운을 불러온다' 정도로 축약해서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동시성이 어떻게 성립하는가? 내 생각으로는 <아티스트 웨이>의 신/창조주가 어떻게 성립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내가 잠정적으로 내린 답과 맞닿아 있다. 관련 분야 정보에 관심이 열려 있고, 관련된 도움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요청하니 당연히 필요한 도움이 다가오고 포착될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그것 말이다. 특히 오늘날에는 물티슈를 사고 싶으면 '아~ 물티슈 사야 하는데~'하고 스마트폰 근처에서 몇 마디 하고 인터넷을 키면 추천 상품에 물티슈가 뜬다고 하는 미친 알고리즘의 세계 아니겠는가?(무서운 세상이다.) 관련된 키워드를 열심히 검색했는데도 유용한 정보가 하나도 뜨지 않았다면, 기계의 직무유기라 불러도 좋을 판이다.


<아티스트 웨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운명적이고 극적인 동시성이 내게 있었는지는 긴가민가하다. 그래도 신기한 일 몇 가지쯤은 있었다. 기이하게도, 그중에서 제일 신기한 이야기는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대한 것이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나는 지금 <아티스트 웨이>가 [하라는대로]라고 제목을 붙이고 글을 쓰고 있다.

그럼 <아티스트 웨이>가 먼저였을까, 아님 [하라는대로]가 먼저였을까? 지금와서는 녹색 나뭇잎의 '녹색임'과 '나뭇잎임'을 나누려는 시도처럼 바보같게 느껴진다. 그러나 세부적인 순서까지 기억나진 않더라도 구상 단계에서는 엄연히 [하라는대로]가 먼저였다. 이런저런 자기계발서들은 너무 매끈하고 내가 참고할 만한 시행착오의 맛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실천의 뭇 성공과 실수와 수정을 담은 수기가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비슷한 류의 에세이를 읽어내고 있었다. 딱히 <아티스트 웨이>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한편 <아티스트 웨이> 쪽으로 말하자면, 이번이 내 첫 번째 시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두어야 하겠다. 지금은 몇 년 전인지도 분명치 않은 시절이다. 부모님 회사의 복지 시설로 딸려 있던 북카페가 하나 있었다. 부모님이랑 함께 한두 번 찾아갔고, 책을 빌려갈 수 있었는데, 그때 빌려 온 세네 권 중 하나가 <아티스트 웨이>였다. 그때도 읽기는 재미있게 읽었다. 지치고 바쁘고 낡은 학생이었으므로 세부 과제들까지는 하지 않았다. 아티스트 데이트까지도 빼고, 모닝 페이지만 써보려고 했던 것 같다. 이유는 나중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 같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흐지부지되었던 일이다. '그런 내용을 말하는 그런 책이 있었지. 꽤 흥미로웠던 것 같은데.' 수준의 기억 흔적을 남기고 갔다.


시간이 흘러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모를 그 애는 달콤떨떠름한 두 번째 휴학을 누릴 계획을 짜는 대학교 4학년이 되었다. 휴식이니까 달콤했고, 가족 친척과 주변 친구들이 구직 이야기를 하고 취업과 연봉과 기타 등등을 말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떨떠름했다. 대학 4년을 다 보낼 때 즈음이면 운명의 업을 찾든, 현실과 타협하고 사람들 가는 길을 함께 걷고 있든 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을이었다. 연락이 하나.

그 옛적 북카페가 문을 닫고 다른 시설로 탈바꿈할 예정이니, 원하는 사람은 액셀 목록에서 희망 도서를 최대 100권 써서 제출하라는 공지를 보신 부모님께서 네가 보고 싶은 것들로 뽑으라며 그 막대한 목록을 보내주셨다. 그 중에 있었다, 서가정보 181.53의 그 책! 나는 익숙한 제목에 대한 반가운 마음으로 <아티스트 웨이>를 목록에 집어넣었다.


몇 주 후, 직접 책을 가져가라는 연락을 듣고 방문한 서가는... 과장을 조금 섞어서 전쟁터의 폐허 같았다. 반쯤 진행된 철거를 잠시 멈춰둔 흔적. 공구들, 건물이 허물어지는 흔적으로서 인위적인 먼지가 낀 바닥. 무엇보다도 헐벗듯 듬성듬성한 서가에, 자리도 품위도 잃고 비틀게 누운 몇 없는 책들! 돌아가는 일을 알아보시고, 부모님은 우리가 제출한 목록은 의미가 없게 된 것 같다 하셨다. 제대로 규칙을 세우고 공지가 이루어지질 않아서, 사람들이 자의적으로 아무 책이나 가져간 것 같다고. 한강, 김영하, 정유정, 히가시노 게이고, 움베르토 에코, 무라카미 하루키 등등 유명한 저자의 소설과 에세이는 진즉 다 사라진지 오래였다. 고양이 에세이도 고양이처럼 은밀히 떠나갔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박준, 김소연, 진은영, 양안다, 이병률 시인들의 시집과 에세이도 간데없었다(지금 생각해도 대체 누구신지... 한 권도 안 남기고 싹 다 데려가셨다...) 이 와중에도 저명한 철학책들은 남아있어서 나를 소소하게 기쁘면서 열받게 만들었다. 행복론, 심리학, 실천이나 습관학? 전멸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까, 목록은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나는 (시험 기간이었음에도) 그 방의 000 총류부터 900 역사까지를 한 칸 한 칸 다 뒤지기 시작했다.


180번대 그 자리에서 <아티스트 웨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입이 있다면 '안 들려가고 숨어 있느라 애 좀 썼다'고 짐짓 허세를 부렸을 것도 같다. 그렇게 [하라는대로] 프로젝트의 첫 번째 대상은 <아티스트 웨이>로 정해졌다. 두 번의 실천, 한 번의 대여, 한 번의 소유인데 책도 동일한 한 권이라는 신기함이 나를 즐겁게 했다.


지난 가을의 동시성으로, 봄이 끝나가는 지금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구나. 새삼 깨닫는다.




<아티스트 웨이>가 제안하는 오늘의 창조성 활동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야 창조성을 일깨울 수 있다. 매일 아침 세 쪽의 모닝 페이지를 쓰고 매일 한 가지씩 자신에게 좋은 일을 하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소하지만 확실한 방법으로 자신을 배려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라. 먹을 것은 잘 챙겨 먹고 있는가? 양말은 충분히 있는가? 여분의 침대보는 있는가? 새로 산 화초는 상태가 어떤가? 낡은 옷들은 버리자. 모든 것을 갖고 있을 필요는 없다.(p. 143, 볼드는 나의 표시.)




-브런치북 <<아티스트 웨이>가 하라는 대로>는 2025.1.12 ~ 2025. 4. 21간 수행한 <아티스트 웨이>의 실천 기록을 응집하고 정제한 에세이 형태로 연재됩니다.


-더욱 생생한 날 것의 기록이 궁금하거나, '<아티스트 웨이>가 하라는 대로 하면 정말로 창조적인 예술가가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엿보고 싶다면 아래 블로그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sth_meaningful/223723673385


-동시성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을 읽어보고 싶으시다면

https://blog.naver.com/sth_meaningful/223749199957


-이미지 출처, 사진: UnsplashZaini Izzud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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