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함이나 시간 같은 게 아니었다. 훨씬 큰 문제가...
결론부터 말하자. 하드웨어다.
모닝 페이지는 <아티스트 웨이> 활동의 가장 핵심이 되는 기둥이다. 얼마나 중요한지, 총 12주 차로 구성된 본 활동에 들어가기도 전에 별도의 목차를 할애해서 아티스트 데이트, 창조성 계약서와 함께 소개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모닝 페이지는 (아마) 제일 유명할 거다. 모닝 페이지를 쓰고 있다면 다른 과제를 하고 있지 않아도 ‘나 <아티스트 웨이>를 보고 따라 하고 있어’라고 말할 법하지만, 모닝 페이지를 쓰고 있지 않다면 그렇게 말하기 망설여질 것 같다.
워드 문서로 쓴다, 한 페이지만 쓴다 등등 다양한 변형이 있다. AI에 그 내용을 입력해서 나를 분석하게 한다는 변형은 처음 보고서도 꽤나 솔깃했다. 하지만 저자 줄리아 카메론이 웬만하면 꼭 지키라고 하는 활동의 원형은 ‘반드시 손으로 쓰는 의식의 흐름 세 장, 때가 될 때까지 다시 쳐다보지 말기’다. 정말 중요한 문제, 진정으로 원하는 답은 그 세 페이지 째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언급했다시피, 내가 모닝 페이지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티스트 웨이> 책을 소장한 건 처음이다. 하지만 그전에도 이 책을 빌려서 실천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왜 그만두었을까?
적당히 분량을 타협하다가 어영부영 사라졌다.
-왜 타협을 하려 했지?
시간이 없어서? 그 영향도 있겠지. 하지만 가장 본격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손목이 너무 아팠다! 아무리 내가 원래도 유리손목이긴 하다지만, 도저히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모닝 페이지를 쓰던 기간과 손목이 급격히 나빠지는 기간이 일치했다. 그래서 타이핑으로 옮겨 보려고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손목은 나빴고, 컴퓨터를 키는 귀찮은 동작까지 아침에 더해졌다. 그렇게 어느샌가 활동이 슬그머니 사라졌던 기억을, 두 번째로 다시 <아티스트 웨이>에 도전하는 나는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모닝 페이지를 생략하거나 대체할 수는 없었다.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선언한 게 방금 전인데, 다른 것도 아니고 ‘꼭 이렇게 해야 한다’고 책 사방에 신신당부되어 있는 모닝 페이지를? 스스로 생각해 봐도 도저히 어림없는 소리다.
그러니 모닝 페이지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에게 내가 확신을 가지고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이것 하나뿐이다. 제발, 강골 통뼈를 타고난 게 아니라면(그리고 그렇다 하더라도 장기적인 안전을 위해) 안전한 손목 스트레칭 및 강화 운동을 함께 수행할 것!
어떤 차도 타이어에 펑크가 난 채로 달릴 수는 없고, 얼마나 위대한 발명이든 재료 없이 구현되지는 않으며, 고흐조차도 유화 물감 없이 유화 그림을 그려서 보여줄 수는 없다. 무엇을 하든, 구현되고 작동하는 물리적 장치 없이는 불가능하다.
다분히 상식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나는 정신적이고 창조적인 훈련을 한다고 생각하면 신체 스펙 같이 현실적인 문제는 일단 잊어버리고 만다. 그러다가 '주인님 여기 타이어 터져 있어요... 터진 채로 달리다가 축이 상했어요...' 하고 앓는 손목의 소리를 들으면서 쓰러지는 것이다.
실행 전에 위험을 예측할 정도로 지혜롭다면 좋았겠지만 안 됐지. 그래도 실패 경험으로부터나마 배우긴 배워서 다행이었다. 어쨌거나 계속 쓰니까 컨디션이 나빠지기는 한다만, 그와 함께 계속 관리해주고 있는 만큼 비슷한 수준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작은 팁이 하나 더 있다. 책에서는 세 페이지를 써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하지만 종이의 기준 사이즈를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왜일까 생각해 봤다. ‘당연히 종이는 A4지’하고 넘기신 것이 아니라면,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이야기가 구조적으로 환기되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다시 말해서, A4 세 장이 분량으로든 소모 시간으로든 너무 많다면 귀여운 사이즈의 노트가 좋은 해결책이 되어 줄 수도 있다. 실제로 나는 다이소의 A5사이즈 공룡노트로 모닝 페이지를 두 권째 쓰고 있다. 이만큼을 쓰는 데도 페이지당 15분, 총 45~50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니까, 솔직히 A4사이즈 3페이지를 계속 써야 한다고 했다면 진즉 내가 그만두든 손목이 그만두든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 쓰는 데 20분 정도 걸린다는 저자 이야기는 대체 어떻게 가능한 건지 모르겠단 말이지.
어쨌거나, 문제없이 하라는 대로다!
-브런치북 <<아티스트 웨이>가 하라는 대로>는 2025.1.12 ~ 2025. 4. 21간 수행한 <아티스트 웨이>의 실천 기록을 응집하고 정제한 에세이 형태로 연재됩니다.
-더욱 생생한 날 것의 기록이 궁금하거나, '<아티스트 웨이>가 하라는 대로 하면 정말로 창조적인 예술가가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엿보고 싶다면 아래 블로그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sth_meaningful/223723673385
-모닝 페이지를 두 번째 처음 시작할 당시 내가 썼던 글.
https://blog.naver.com/sth_meaningful/223724818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