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곡 가는 기차

by 오흥주

‘능곡(陵谷)’은 글자 그대로는 “무덤이 있는 골짜기” 혹은 “봉우리와 골짜기”를 뜻해. 이를 삶과 죽음의 교차점 “능곡”은 삶과 죽음이 마주하는 경계, 인간 존재의 유한함과 자연의 영원함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능곡은 기억의 안개가 머무는 곳,

죽은 자의 숨결이 바람 되어 골짜기를 휘감는다. 능곡은 또한 기억이 쌓이고 흘러가는 장소로 ‘능’은 과거, ‘곡’은 현재를 상징 시간이 겹겹이 퇴적되는 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이고 잊히는 ‘기억의 침전지’. 능곡에는 말 없는 목소리가 산다.

잊힌 자들의 이야기가 돌 사이를 기어 나와

오늘의 나를 뒤흔든다. 능곡은 떠나간 이들이 마지막으로 숨을 고르는 언덕, 이승과 저승 사이, 모든 길은 그곳을 스친다.

마음은 능곡처럼 출렁였다. 어느 때는 높이 솟고, 어느 때는 깊이 꺼지며, 결국 하나의 풍경이 되어 갔다.


난 지금 1142분 능곡행 기차를 기다린다. 집에 가려고 반바지에 운동화 신고 기차를 기다리는 중이다. 좀 취하긴 했지만 실수 않고 집으로 가려고 한다. 내가 숟갈로 맥주병을 따지 않으려고 하는 노려과 내 삶을 구차하게 만들고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노력들이 내가 심야에 술 취해 모발폰으로 글을 쓰는 지금의 내 삶은 무엇이 작용했을까?


한참 전에 이 기차를 탄 기억들이 오버랩된다. 그때도 술이 같이 등장했던 것 같다.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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