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ON

by 오흥주

2025. 12월에 이사를 했다. 이삿짐 센터를 통해서 하다 보니 많은 것들이 편하게 생각됐지만 이사 전 1주일 전부터 이삿짐을 미리 쌀 것은 박스 안에 챙겨서 자동차 트렁크에 실었다. 결혼전 했던 패물들 일부와 계약서들 그리고 카메라, 애들 돌반지와 기타 등등...

이사할 때 모든 물건들은 이미 그냥 물건이 아니다. 속속 그 안에는 모든 기억과 삶의 조각들이 또는 가끔씩 묻어나는 아픔들이 새록새록 돋아나기 때문이다. 종로 3가 골목길에 있던 금방에 어머니가 올라오셔서 사주셨던 패물들과 아이들의 돌잡이에 사용했던 가족과 친구들이 사준 금반지 그리고 살면서 집을 몇 번이나 옮겼는지 한 번도 머리지 않았던 집을 사고팔았던 매매계약서와 전세 계약서 그리고 머리지 못한 캐논 카메라 렌즈와 기타 액세서리들 오랜만에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하고 카메라를 켜고 망가지지 않았는지 점검도 이리저리 열심히 했다. 그러다 문득 메모리가 꽂혀 있어서 메모리 안에 있는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열어 보았다. 거기에는 아마도 10여 년 전 어머니 건강하실 때 찍었던 동네 뒷산에 이맘때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머니의 모습을 찍어놓은 사진들이 열 장 넘게 남아 있었다. 어머니 세상 떠나신 지 아직 7개월 남짓 하다 보니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카메라를 버리려고 했는데 카메라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생겼다. 원래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고 가끔 스스로 꼰대인 듯싶다고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요일마다 되도록이면 회사를 걸어서 출근하려고 하는데 전주금요일 벚꽃이 망울지는 것을 보았는데 이번 주에는 완연하게 벚꽃이 아파트 앞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난 벚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사람이 좋아지는 것이 한순간이란 말이 얼마나 변덕이 심한지 평생 좋아하지도 않았던 벚꽃을 한순간에 여러 가지 이유로 좋아하게 된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이삿짐 센터에서 이사를 했다고 하지만 최대한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이삿짐 중에 적지 않은 부피에 놀랐던 것이 사진첩이었다. 무겁기는 또 얼마나 무거운지 아이들 둘과 집사람의 유치원부터 지금까지의 졸업사진첩만도 무겁고 부피가 얼마나 크지 아마도 상상이 잘 안 될 정도다. 왜 이리 바삐 살아왔는지 이삿짐정리를 하다가 그때그때 상황이 떠올랐다. 아이들 유치원 때 툭하면 광고회사 비딩에 밤샘도 많고 잔업이 워낙 많다 보니 참여 못한 졸업식과 입학식 아빠의 부재는 마치 성적표처럼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많은 부재를 경험하리라 상상 못 했는데 내가 들인 노력과 그 이빨 빠진 부재가 하나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그때 애들이 받았던 공허함은 아마도 살면서 자기 것으로 인식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을 테고 아니면 지금까지도 세상에 공짜가 없단 말은 나의 집에도 적용되는구나!

"도대체 뭣이 중한지 모르고 살았나?"라는 생각과 의미도 없이 쌓아 두었던 사진첩에서 과거의 내가 나의 분쇄물이자 나의 출력물을 되돌아본다. 사진관에서 인쇄했던 그 수많은 사진이 빛이 바래지 않고 이렇게 잘 남아 있다는 것에 대해 놀랐고 내가 그 자리에 없었단 사실이 너무 놀라웠다. 나는 가족만큼은 나의 모든 일정과 나의 모든 열정을 투여했다고 생각한 그 공간에 내가 없었단 사실이 너무 놀라웠다.

디지털 사진을 연도별로 업데이트한 그 많은 사진에 그리고 이제는 최근 10년은 애플이라는 폰으로 매일마다 업데이트해주는 시간과 장소 공간의 연결에 과거 이 시간 1년 전 3년 전 5년 전 이러면서 계절과 상황에 맞는 사진을 보고 깜짝깜짝 놀라는데 모바일폰의 시간에 인화한 사진과 이제는 전혀 사진을 인화하지 않은 채로 디지털로만 간직하는 때가 도래한 것이 사뭇 안타까워지는 이유도 있다.

내 자리를 확인하는 과정은 내가 그 자리를 떠야지만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우린 너무도 애착을 가지고 그 자리를 그 공간을 버티는데 버틸 땐 아무것도 되돌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과감히 그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지 내 자리와 그 자리에 있던 소중한 사람들이 생각난다는 것이다. 인생의 진리라는 것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떤 것도 공짜가 없다. 그 자리를 털어야 흔적이 나오고 누군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면 잠시 그 자리를 떠나면 가슴깊이 알아차리게 된다는 것이 아프다.

오늘 이 벚꽃도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벚꽃에 사람이 연관되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그리움도...

요즘 우리는 존버라고 하지만 사실 존버는 시대가 만들어 놓은 아집에 불과할 뿐이고 모든 건 사라져야지 애 닮고 가슴 아파지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오늘의 이 벚꽃도 지면 그리워질 것이다. 진짜 소중하면 그 공간을 떠나면 모든 것은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의 뇌가 존버라고 외치는 것은 그 뇌가 아마도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면 그 머리가 아프고 이질적인 공간을 혐오해서 일 것이다. 모든 소중한 것은 사라진다. 기억도 결국엔 사람마저도 벚꽃이 사라지기 전에 벚꽃을 음미하자!

1~2주면 사라질 것들에 오늘 사라질 것들에 걱정하지 말고 오늘 나가 벚꽃에 함 흠뻑 빠지기 바란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더 좋고 아니면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을 이 벚꽃과 흠뻑 음미해 보자!

더 이상 사라질 것들에 대해 고민하지 말고 오늘을 만끽해 보자!

곧 사라질 것들에 대해 당연시 했던 그 모든 것들의 도래할 부재에 대해 그 사라짐에 대해 서 오늘 지금 바로 사과나무처럼 그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그 소중한 일상을 위해 행동이 안되면 기억 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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