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

by 오흥주

숙취는 무엇 이길래 이런 집착을 하게 하는가?

숙취는 술을 끊자라고 다짐을 하게 하지만 숙취가 사라지고 나면 이내 다시 생각나게 하는 그 힘은 어디에서 생성되는지 알 수 없다.

기억을 되돌리고

끊임없이 down down 한다.

멍하고 계속 졸렵고 너무 나른하다.

의식은 절반이 가동되고 몸은 굳어있고 고개를 돌리기 조차 힘들다.

갈증은 산처럼 높아지고

난 저 마리아나 해구 그 시커먼 바닷속 옆으로 유영하는 스킨스쿠버다.

어제는 분명히 다짐을 하고 갔다.

술을 적게 먹자고 먹자고

그런데, 또 좀비가 되어 버렸다. 소파 위에 좀비

술은 거대한 권력자다.

포악스럽고 거친 독재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수십 년을 이별과 재회를 하는 모습이다. 이제는 결별하고 싶은데 술 끊기가 쉽지 않다.

그 어떤 것과도 헤어진 적 없는 헤어지는 이야기

수십 번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보지만 술은 내 자식 같다.

싫었다가도 좋아지고 좋아졌다가 싫어지기도

삶이 그렇듯이 우리가 그렇게 살다 삶을 정리하듯이

요즘 30대 후배들의 삶을 정리했다는 소식이 놀라 어제도 그 무의식이 발동해 술을 많이 당겨서 먹었던 것 같다. 그러다 내 삶이 당겨질 수도 있는데 말이다.

한참이어야 할 후배 소식에 당황해서 또는 너무 정신없어하다가

어제 잠깐 그 끈을 놓친 것 같다.

또 굳이 술에 대한 핑계를 대는데 너무 안타깝고 그런 소식에 잘 받아야 하는데 너무 어렵다. 후배들의 그 소식은

다음엔 꼭 그 끈을 놓지않고 정신 차려야지!

그 잠깐 숙취시간에 나가 벚꽃을 보고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다시 돌아와 잠깐 글을 써본다.

수동카메라의 셔터 소릴 들으며 몇 장의 사진을 찍었고 내 앞에 진라면 컵을 물을 부어 넣고 기다리면서 글을 쓴다. 내 숨소리를 들으며 내 두통을 느끼면서 속은 니글니글 속은 쓰리고 오른쪽 어깨는 지면과 붙으려고 하고 내 왼쪽어깨는 그런 오른쪽 어깨를 측은히 생각하면 허물어져가는 왼쪽 어깨를 떠받치고 있다.

글은 쓴다지만 글을 왜 쓰는지 어떤 목적으로 쓰는지 모르지만 결론은 써야 하는데 어떻게 결론을 끝내고 빨리 컵라면을 먹어야 하는데...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잠깐 글을 멈추고 난 컵라면을 먹는다.

글 쓰는 것보다 컵라면 먹는 게 훨씬 좋다. 글은 잘 쓰지도 못하지만 왜 이렇게 쓰고 싶은 열망이 생길까? 술을 먹고 난 다음날 왜 이렇게 senti 해질까? 비가 오고 흐리면 난 왜 나의 뇌는 술을 먹고 싶다는 메시지를 내 몸으로 계속 신호를 보낼까? 흐린 날, 비 오는 날, 눈 온 날, 너무 화창한 날 내 뇌는 이런 날씨에 반응할까? 생각하면 everyday...

이제 컵라면을 다 먹었다. 그래도 요즘 국물을 거의 안 먹는다. 면만 집어먹고 라면 먹기 행위를 멈추고 다시 글을 쓰려고 한다.

먹자마자 몰려오은 이 아침의 식곤증에 밀려 하루 쉬고 싶다. 유난히 어려운 시기를 오는 것 같아 두렵고 무섭다. 뭔가 해일이 오는 것 같은데 내 식곤증이 그 해일보다 더 커 이는 아침이다.

어제 술 같이 한 사람들을 다시 떠올리며 구간 구간 디렉터의 입장에서 어제의 기억을 살리고 붙이고 잇고 또 잇는다. 왜 이러한 구간반복하는지 모르지만 숙취가 조금씩 사라지고 오늘 나의 삶을 살아보자!

밖으로 나가 버리고 또 밖의 삶을 잠깐 덮어두고 열심히 살다 와야지!

생활은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한다. 나에겐 가족이 있고 졸업을 앞둔 사랑하는 아들 딸이 있으니 ㅠㅠ

마치 어제의 술을 그러한 의무감으로 포장하는 것은 싫다. 후배도 아니고 술은 술일뿐...

그러나 내 누런 솜에 하나하나 배어오는 그 피로감은 그 얼룩 자리는 어쩔 수 없다. 내가 의식적으로 지우려 하지만 지울 수 없고 커다란 겨울 광목으로 만든 이불 겉창에 번지는 얼룩얼룩한 자리들 그 자리가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밖은 환하고 화창한데 어제의 숙취는 힘들기만 하고 나는 어디론가 나가고 싶다. 힘들어도 밖의 공기가 난 너무 좋다. 달리는 차 안에서 양 유리창을 다 열고 에어 샤워를 하는 것이 숙취에 직빵이란 생각은 변함이 없다. 나가야지 그래 나가야지! 엉덩이는 천근만근의 중력을 느끼고 지면과 합일이 되어있다. 아니 내 엉덩이가 무거운 거지! 중력이 아니고 무뇌의 머리와 게슴츠레한 눈과 눈곱 빨리 세수부터 해야지! 문지방만 건너면 또 하루가 지나가니까 말이다. 혹 그래서 술 먹은 다음날 소설을 쓴 게 아닌가 한다. 갑각류처럼 느껴지는 것 머리 따로 몸 따로 몸은 천근만근 그 상태 말이다.


오늘도 gOOD mourning 한 끝 차이네! morning과 U 이아이 한 끗 차이로 슬픔과 아침이 되네! 우리는 한끝을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지만 도찐개찐이라 폄하하지만 난 천재의 디테일에 한끝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이 달라지는 것 그것도 한 끝인데 그 한끝이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이 아침이 누군가에는 그토록 열망하고 소망한 그 아침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며!

우리 윤동주 거대 시의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친다." "나는 나의 길을 걸어야겠다." 생각하며 이 글을 끝맺으려 한다. 오늘은 한 번도 안 해본 새로운 일을 해보자!

술주정을 마치고 다시 생활로 진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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