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소리

by 오흥주

난 어릴 적부터 청력이 유난히 발달돼 있었다. 아침부터 잠이 줄 때까지ㅜ우린 끊임없이 소리에 노출되었다. 아침 아궁이에서 밥 지을 때 나는 밥이 익어갈 때 가마솥에서 나는 밥 짓는 소리부터 밥불 넘치는 소리 아궁이에서 마른나무가 타면서 나는 나무 탁탁 튀는 소리, 곤로의 된장국 보글보글 끓는 소리, 프라이팬 위에 계란 프라이 익어가는 소리, 우리 엄마 앞치마 끌리는 소리, 고무신 부엌 바닥에 끌리는 마찰 소리, 그중에서도 마른나무 튀는 탁탁 그 소리는 생동감 있고 살아있음을 느끼는 그런 소리였던 것 같다. 내 어머님의 모든 분주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소리를 통해서였다. 그릇들 부딪히는 소리 미닫이 찬장이 열리고 또한 닫히는 소리 새벽녘에 그 모든 소리는 방과 부엌 사이 자그마한 통로를 통해서 내 귀에 세세하게 들렸다. 아침밥상 위에 반찬이 더해지고 우리 동네 특별 메뉴였던 들기름을 허허 두른 두부찌개 이 헤 사각사각한 겨울 김장김치, 고추튀각등 내 어머니의 분주함으로 만들어진 엄마표 아침밥상이 마술처럼 만들어진 것이다. 소리를 머금고 그렇게 어머니의 아침 밥상은 기름냄새와 온기를 두르고 그날의 에너지원을 만들어 낸 것이다.

가정에서 모든 소리는 인기척과 나무재질의 모든 미닫이 소리였다. 강철로 만든 또는 합성수지의 마찰소리가 아닌 나무와 나무가 만나는 소리 모든 문은 미닫이로 나무와 나무가 도르래를 얹혀서 나는 소리였던 것이다.

나무와 나무가 오랜 세월을 지나서 거기서 뻑뻑한 소리들 대개 그 시절엔 양초가 대개 윤활유 역할을 했다. 그 미닫이 문에 양초를 먹여 뻑뻑한 소리를 부드럽게 하곤 했던 것이다. 레일처럼 아래 철선을 박아 그 위에 나무가 도르래 형식으로 직선운동을 하게 만든 것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지금처럼 도르래를 문위에 대서 미닫이를 하던 방식은 꽤 있는 집에서 하던 방식이었고 대개는 그러한 나무에 철선을 박아서 사용했던 것이나 얼마나 많이 생활의 소음이 있었음은 대충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새벽녘에 마중물을 넣고 우물물을 올리는 소리 삐걱삐걱 지하수 긴 파이프를 진공의 펌프질을 통해서 물을 올리는 소리는 ㅇ머니가 하는 많은 힘이 부치는 일이었고 대개는 이불속에서 한참을 무의식적으로 듣다가 우물물 올릴 때는 벌떡 일어나 어머니를 돕던 일들이 생각난다. 그렇게 아침의 게으름은 이불속에서 어머니의 분주함을 소리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깥과 부엌을 하루에도 수만 번 움직이시면서 어머니가 하시는 그 수많은 반복구간은 마치 테이프 레코드에 테이프가 다 감겨 무한반복 들어가는 느낌과 어머니의 위대함이 느껴지는 구간이었던 것이다.

우리의 일상이 그 무의미해 보이는 무한반복 구간들이 만들어 놓은 쉼 없는 루틴을 어떻게 견디고 이겨내셨을까? 나의 어머니는 존경해 마지않는다. 그 일상의 힘을 매일매일의 위대함이 한평생을 만들었음을 새삼 그 소리들을 기억해 그 소리들을 통해 어머니를 그리워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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