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학습에 대하여

2-2. 배움의 연속(1)

by 더블윤


언젠가부터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일을 멈춰버렸다. 학교를 졸업하고, 자격증을 따고, 직장에 들어가면서 더 이상 배울 필요는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러한 믿음을 갖게 된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국가가 정한 의무교육의 범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사회적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배움의 목적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 여겨진다.


우리는 배움의 목적을 ‘사회화’로 한정 짓는 경향이 있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사회화’ 중에서도 취업과 기술 습득에 치중하고 있다. 이는 사회로 진출한 이후, 성인의 배움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곤 한다.

배움을 통해 목적을 달성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더 이상 배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앞서 살펴본 바 있듯이, 배움의 목적은 ‘사회화’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삶은 멈추지 않는다.

인간은 늙어가지만, 세상은 멈추지 않고 변화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속도는 과거 어느 시대보다도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기술은 매일 진화하고, 정보는 기하급수적으로 축적되며, 우리의 역할과 정체성마저 새롭게 쓰여지고 있다.
더 이상 ‘과거에 배운 것’만으로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단지 무엇인가를 ‘배웠던 존재’를 넘어, 계속해서 배우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전환 속에서 주목받게 된 개념이 바로 ‘평생교육’ 또는 '평생학습'이다.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평생 동안 지속되는 학습이지만, 이 단순한 정의 속에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이 담겨 있다.




"교육은 삶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다."

- 에드워드 C. 린데만(Eduard C. Lindeman)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

-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제5항


평생교육(Lifelong Learning) 또는 평생학습은 개인이 사유의 확장이나 전문성의 향상을 목적으로 지식을 지속적이고 자발적으로, 자기 주도적으로 추구하는 학습을 의미한다.


1972년, 유네스코(UNESCO)는 『Learning to Be(존재하기 위한 학습)』이라는 보고서(일명 '포르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프랑스의 교육학자 에드가 포르(Edgar Faure)를 중심으로 작성되었으며, 그는 이 보고서를 통해 “교육은 반드시 평생에 걸쳐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주장했다.

포르는 인간은 평생 동안 배우며, 변화하는 사회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평생학습’이라고 보았다.


그가 제시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은 많은 교육학자들의 지지를 받았고, 그 영향으로 ‘평생학습(Lifelong Learning)’이라는 용어가 정책적 용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후 UN, EU 등 여러 국제기구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채택하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은 1982년 『사회교육법』을 제정하여 성인을 대상으로 한 비형식 교육(문해교육, 시민교육 등)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1999년에는 이를 전면 개정하여 『평생교육법』을 제정하게 된다.

이것은 교육을 특정 시기에만 주어지는 기회에서 전 생애에 걸친 권리로 전환한 사건이며, 국가가 배움은 모두의 삶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과 다름없었다.




포르 보고서는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을 ‘존재(being)’에 둔다고 선언했다.
이는 인간의 배움이 단순히 사회에 적응하거나 기능을 습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한 여정’이라는 의미였다.


또한 그는 급변하는 사회에서 청년기에 받는 단 한 번의 교육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산업 구조와 직업 세계의 급속한 변화로 인해 ‘평생직장’이나 ‘평생직업’이라는 개념은 점차 희미해졌고, 사회는 다직업 시대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기술의 진보와 산업의 재편 속에서 하나의 직업만으로 생애를 유지하기란 더 이상 불가능해졌고, 이는 곧 기존에 터득한 지식이나 기술만으로는 평생을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했다.

따라서 포르는 교육이 특정 시기에 한정되어서는 안 되며, 삶 전체를 관통하는 지속적인 과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은 단지 기능 습득이 아니라, 개인의 전인적 성장과 자기실현을 위한 여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포르 보고서 발표 이후, 평생학습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확산, 정보량의 폭증, 그리고 기술 융합의 가속화는 기존 교육의 한계를 드러냈다.
더 이상 단순 암기나 주입식 지식만으로는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을 갖추기 어려워졌고,
비판적 사고력, 문제 해결력, 창의성 등의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지속적인 학습과 성찰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다.

또한 100세 시대의 도래는 ‘교육-노동-은퇴’로 이어지는 선형적인 생애 모델을 무너뜨렸다.
대신, 교육과 노동이 생애 전반에 걸쳐 반복되고 순환하는 새로운 생애 구조가 등장했다.
이에 따라 노년기 학습의 기회 보장은 삶의 질, 자아실현, 그리고 사회적 참여의 조건으로까지 확장되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평생 학습'을 통해 포르가 꿈꿨던 세상은 단순히 노년의 '재사회화' 뿐만은 아니었다.

포르 보고서가 발표된 1972년에 한국은 "박살 내자 공산당! 때려잡자 김일성!"이라 외치며 반공주의가 사회를 끈끈하게 매듭지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회가 끈끈한 공동체의 유대감으로 묶여있지는 않았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선 냉전과 산업화로 인한 사회 분열이 극에 달해있었다.
이념 대립, 핵 위협, 군비 경쟁은 전 세계인의 불안감을 나날이 증폭시켰고,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인간 소외, 계층 격차 등을 야기했다.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사회의 요구로 교육은 점점 도구화되어가며, 경쟁적, 기능 중심적으로 변질되었고, 청년 세대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분노와 불만을 표출하며 68 혁명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사회적 긴장, 계층 간 단절, 세대 갈등, 민주주의의 피로로 이어졌다.


이런 배경 속에서 포르는 이 사회를 구원할 힘을 교육에서 찾았다. 그는 교육이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체계가 되어서는 안 되고, 인간 간의 이해, 존중, 연대를 회복하는 기제가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포르는, 68혁명의 도화선이 된, 사회가 가진 부조리와 다양한 형태의 억압을 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포르 보고서는 세상을 향해 부드러운 어조로 뜨겁게 외쳤다.

“교육은 민주주의의 심장이며, 인간 상호 간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사회는 배움을 통해 스스로를 갱신해야 하며, 교육은 그 갱신의 동력이다.”


에드가 포르는 배움이 개인의 완성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그는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 임을 강조하며, 교육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감수성이 회복되기를 바랐다. 그의 평생학습 철학 안에는 단지 지식의 확장이 아니라,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고 인간 사이의 거리를 좁히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있었다.

그는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시민 교육, 윤리 교육, 평화 교육을 포함한 ‘존재 간의 조화’를 위한 교육으로 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바로 배움을 통한 '자기 갱신'이며, 나아가 '사회를 갱신할 수 있는 배움'을 말한 것이다.




1996년 유네스코는 델로르 보고서를 통해 '교육의 4대 기둥'을 제시하며 오늘날 교육이 마땅히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선언했다.


1. 배우는 법을 배우기 (Learning to Learn)

2. 행동하는 법을 배우기 (Learning to Do)

3.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Learning to Live Together)

4. 존재하는 법을 배우기 (Learning to be)


포르의 사상과 철학이 담긴 이 교육의 이정표는 오늘날 우리가 어떤 배움을 추구해야 하는지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배움 없는 사회’는 쉽게 분열과 혐오로 치닫게 되는 것을 지켜보았던 우리 인류는 비로소 배움의 존재인 우리가 배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음을 다시금 바라보게 된 것이다.


오늘날 이 교육의 4대 기둥은 완성된 인간이라는 찬란한 건축물을 짓기 위해, 그 업(業)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를 지탱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은 완전한 성인도, 완전한 인간도 없다. 우리는 그 빛에 도달하기 위해 평생 무언가를 쌓아갈 뿐이다.


다시 말해,

배움은 생애 전체를 가로지르는 흐름이다.


배움은 끝이 아니라 연속이며, 인간 존재의 가장 본질적인 호흡과도 같다.




“교육은 평생에 걸쳐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은 인간이 완성되는 여정이며, 존재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끌어갈 권리가 있으며, 교육은 그 권리를 실현하게 하는 도구다.”

- 에드가 포르, 『Learning to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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