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위에 글을 쓴다. 고개를 들어보면, 바람을 따라 달리는 하늘의 연이 있다. 물 위에서 무화되고 하늘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들은, 제 길을 몰라 허둥허둥 댄다. 나의 마음도 이와 같다. 나풀거리는 모습만 보이되 시작과 끝을 알지 못해 아무 곳에도 정지하지 못한다.
우리가 삶의 열차를 타고 떠날 때, 마지막에 도착하는 역이 낙원이 아닐까. 평생 내면에만 부유하다가 한 번도 현신하지 못한 채, 그대로 사그라드는 것.
낙원보다 실낙원이 현실적인 이유는 인간이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자신이 사는 낙원을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신하는 순간, 삶은 끝나간다. 영원한 '행복의 땅'이 허망한 것을 알았음에도, 선인들이 끊임없이 신선의 땅을 찾아 헤맨 것은, 장자를 이해 못 한 인간의 허물이다.
가시덤불 아래 옥토를 발견하지 못한 우리는 영원히 청학이 날아드는 무릉의 도원은 갈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곤이 사는 북해에 닿지 못할 것이고, 삼족오의 태양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아픔과 근심은 늘 지근거리에 있는 듯하고, 꿈과 이상은 저만치 떨어져 있는 듯하다. 각각의 거리에는 논리가 없고 계통이 없고 허세가 없지만, 인간은 늘 그 거리만큼 허망하다 느낀다.
고독을 선택한 사람은 여리고도 강인하다. 공기에 칼날이 없는 것을 축복으로 여긴다. 매 순간 비릿한 칼날을 피해 숨을 쉰다는 것. 숨으로 생명을 묶어버리는 그 고통이란 얼마나 고달플 것인가.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강하게 한다."라는 말은, 강 밑바닥에 숨죽인 용기를 깨운다. 그 용기로, 다시 홀로겠지만, 결코 혼자가 아닌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