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세상의 공기를 마시고자 무던히 헤맸다. 외롭고 쓸쓸하던 젊음은 휘발되고, 기쁨과 감사가 편입된 삶을 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계절을 견뎌야 했던가. 다행스럽게도 내 몸에 새겨진 기억들은, 여린 알뿌리를 밀어 올려 새 꽃을 피우는 봄의 질서에 순응했다.
씨 뿌리고 거두는 것을 일상으로 여기는 농경의 시간은, 이른 감자꽃을 따고 장독대의 맨드라미를 다독이던 삶 속에 차곡히 쌓였다.
누구에게나 사계절은 공평하게 흘러갔다. 우리가 한 하늘의 비를 공유하듯이. 노을을 짊어진 저녁이 밤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노을이 허무하게 주저앉는 것을 달래는 이가 없어 서글펐다. 도시의 숲을 스치는 새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그 무심함이 서늘했다. 이런 쓸쓸한 순간마다 글을 썼다
.
눈 시리게 들여다본 꽃비의 터널, 보듬고 토닥이던 소중한 사람들, 시간을 앞서 맛본 풋내 나는 열매까지, 각 계절의 색을 녹여 아프게 썼다.
그리워하던 나의 사랑은, 일상에 스며든 우연한 음악에, 그리고 당신이 남긴 하찮은 물건 속으로 파고들어 좁은 틈을 만들었다. 나는 그 틈마다 외롭고, 아름답고, 슬픈 것을 채웠다. 더 이상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그 마음을 꼭 눌러 담았다.
땅에 떨어진 가을의 씨앗이 혹한의 바람을 견디고 이제 겨우 싹을 내민다. 나의 글 또한 그러하다.
아린 기억을 온전히 아프고 싶은 날, 가슴에 녹은 당신이 마음에 떠돌 때마다 눈물처럼 시를 썼다. 이것은 나의 글이지만, 당신의 시다.
꽃은 이미 씨앗에서 그 빛깔을 품고 있었듯이, 마음에 심은 당신은 오래오래 붉게 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