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떨어진다

by 이채이

내 살과 피를 도려내는 이별의 고통은, 모두 다 벼락처럼 닥쳤다. 사랑의 끝에서 초라해진 마음은, 벌거벗은 여인처럼 움츠러들었다. 잎을 떨군 나무가 제 밑동의 낙엽으로 부끄러움을 가려준다. 나의 이별은 사랑했던 지난날을 아프게 찌른다. 바늘귀만 한 숨구멍만 남기고, 전부를 뭉개버려 견딜 수 없게 만든다.


하루를 사랑했건 천 년을 사랑했건, 당신을 사랑했다는 것은 마찬가지다. 작별 후에 남는 건 너를 향한 슬픔뿐이다. 이별의 고통은 천 번으로 쪼개어 받든, 한 번에 온몸으로 받든 결국 다르지 않았다. 헤어지고 나면, 그것으로 다 끝난 것이다.


아쉬움은 미련뿐인 긴 날을 그저 흘러가게 두었다. 산수유가 붉게 익으면 작고 노란 그 꽃구름을 기억한다. 붉어진 열매 그 어디에도 몽롱한 불씨의 약속을 찾을 수 없다.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의 세상에 와서 내가 아는 한 가지는, 나는 그대를 만났다는 것이고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사실인 것이 슬프다. 슬픔이 나의 것이어서 아프다.


내 살을 드러낸 자리에 피가 고이고, 뼈가 삭는다. 나는 헐벗은 나무처럼 서서 그대로 겨울을 맞는다. 앙상해진 손으로 가릴 수 없는 고통은, 새잎이 돋은 겨울만큼이나 낯설다. 쓰다듬지 못했던 나의 나무는 제멋대로 휘었고, 거칠게 갈라진 껍질마다 상실과 후회가 배어있다.


한때 절실했던 기억도 시간을 거스르지 못했다. 네가 내게, 내가 네게 머물렀던, 매 순간들이 행복하지는 않았던 걸 안다. 하지만 우리였던 순간은 진실되게 지켜내고 싶었다. 기약도 없이 기별도 없이, 슬픔은 마냥 기울어간다.


하늘의 별이 빛을 꼬리를 그으며 길게 떨어지는 밤이다. 나의 눈이 아직 하늘에 있는 이유는, 눈에 고인 슬픔이 흐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의 애도는, 아직 미련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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