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흡수하는 최적의 5단계 독서법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잊혔다. 하지만 그 책들이 내 안에서 나를 만들었다.”
-라클로의 말을 인용한 어느 독서가의 고백
나 역시 그렇다. 책을 무수히 읽었지만, 내용의 대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내가 누구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돌아보면 그 잊힌 책들이 지금의 생각을 만들었다는 걸 느낀다.
먼 나라를 여행하던 중에 언어가 다른 타국의 식당 화장실에서 벼락처럼 만난 시, 가족을 두고 떠나온 여행지에서 만난 시, 모국어로 조합된 시는 오래 기억에 남았다.
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이 시의 문장을 적어두고, 며칠 뒤 다시 꺼내 읽었을 때 감동의 깊이가 달라졌달까. 진짜 독서란 책의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읽기보다, 글이 주는 감동을 ‘내 안에 오래 두기 위해’ 읽는 것이다.
그래서 정리한 나름의 독서법이 있다. 책을 제대로 흡수하고, 창의적으로 발전시키는 다섯 단계. 지금부터 소개해보겠다.
1단계. “한 문장만 남기자”는 마음으로 읽는다.
책을 펼치기 전에 “이 책에서 단 한 문장만 건지자.”라고 다짐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집중력이 높아진다. 머릿속이 조급하지 않고,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게 된다. 많은 걸 기억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으면, 오히려 더 많이 남는다.
2단계.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적는다.
읽다가 가슴을 툭 치는 문장을 만나면, 그냥 넘기지 않고 책 맨 앞 면지에 적어둔다. 적어두면 기억은 저장된다.
3단계. 다 읽은 뒤 하나의 문장을 고른다.
책을 덮고 나면, 메모해 둔 문장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중 하나를 고른다. 의미 있던 문장, 가장 오래 남을 문장. 최진석 교수님의 말을 빌려오자면 ‘그 책을 넣고 가마솥에서 팔팔 끓이고 마지막 남은 문장’이 나에게는 그 문장인 거다.
4단계. 다른 시간, 다른 환경에서 다시 적는다.
박문호 교수는 말했다.
“같은 문장이라도 다른 환경과 시간에서 적으면 전혀 다르게 인식된다.”
실제로 같은 문장도, 장소를 달리하거나, 펜과 종이를 바꾸거나, 며칠 후 다시 적어보면 느낌이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 문장이 내 안에서 자가 번식하며 내면화했기 때문이다.
5단계.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이쯤 되면, 그 문장은 단순한 인용구가 아니다. 나만의 해석이 붙고, 다른 문장들과 연결되고, 어느 순간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로 발전한다. 책에서 건진 문장이, 삶의 문장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창의력은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책은 많이 읽는 것보다, 제대로 읽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딱 한 문장만 남기겠다는 마음으로,
그 문장을 여러 방식으로 적고 시간차를 두고 곱씹다 보면, 책 한 권이 벽돌처럼 차곡차곡 생각 속에 쌓인다. 오늘 읽은 책에서, 당신은 어떤 문장을 남기고 싶은가? 딱 한 문장만 남겨보자는 마음으로 독서에 임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