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은 점이고, 선은 선이다

by 이채이

점이 모여서 선이 된다고, 초등학교 2학년 수학 교과서는 말한다. 나도 그렇게 가르쳐왔다.

칠판에 분필로 점을 하나 찍고, 그 옆에 또 하나를 찍으며 “이렇게 모이면 선이 되는 거야”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수업은 무사히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그날도 별일은 없었다. 다만 시간이 한참 지난 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찍어 보여준 저것을 과연 ‘점’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찍은 그 점은 이미 크기를 가지고 있었고, 조금은 번져 있었으며, 확대하면 가장자리도 분명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점이 아니라 점처럼 보이게 만든 흔적에 가까웠다.


우리는 종종 그렇게 가르친다.

보이지 않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보이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 선택이 꼭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마음 한쪽이 자꾸만 결린다. 오래 잘못 붙여둔 반창고를 떼지 못한 자리처럼.


아이들이 조금 어렵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정의를 그대로 들려줘야 하는 건 아닐까. 수학이 계산을 반복하는 지루한 과목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다루는 언어라는 사실을 조금 일찍 알려줄 수는 없는 걸까.


점은 부분이 없다. 크기도 없고, 쪼갤 수도 없다. 아무리 많이 찍어도 점은 여전히 하나의 위치일 뿐이다. 그 자체로는 선이 되지 않는다. 선 또한 폭도 두께도 없이, 그저 끝없이 이어질 뿐이다. 점이 놓일 수는 있지만, 점들의 합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들의 눈이 잠시 멀어지지 않을까. ‘무한’이라는 말 하나로, 어디론가 데려가지는 건 아닐까. 그중 누군가는 수학을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그런 생각을 하다, 이내 접어둔다. 현실이 어떤지, 나는 알고 있다.


우리는 쉽게 말한다. 점이 모이면 선이 된다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내 안에서는 다른 문장들이 함께 딸려 나온다.

조금씩 하면 된다는 말,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 쌓이다 보면 달라진다는 말.

그 말들은 다정하다. 지금의 하루가 어설퍼도 언젠가는 반듯한 선이 될 것처럼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 우리는 묻지 않는다. 정말 이어지고 있는지, 그 방향은 맞는지, 시간이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주는지. 수학에서는 그 비유가 끝내 성립하지 않는다. 점은 끝까지 점이고, 선은 처음부터 선이다. 서로 닮아 보이지만, 다른 차원의 세계에 속해 있다.


삶도 비슷하지 않을까.

쌓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묻지 않은 채. 어둠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늘 서두르느라 지나쳐온 쪽에.


그래서 설명하기 어렵고, 그래서 자주 건너뛰어진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견디는 동안 우리는 조금 더 정확해진다. 이제는 나도 쉽게 점을 찍어 보여주는 사람보다는 조용히 정의를 남겨두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점은 정말 이어지고 있는가. 시간은 정말 모든 것을 해결하는가. 우리가 믿고 싶은 이야기와 실제로 작동하는 세계는 같은가.

그 질문을 놓지 않는 동안, 나는 위로보다는 이해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

*그림은 '이우환'작가님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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