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고 있다. 삶의 한가운데를 관통한 채, 겨울은 여전히 지나가는 중이다.
서둘러 밀어내려 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 겨울에도 노지의 로즈마리는 싱싱하게 꽃을 피운다. 연보랏빛 꽃이 아깝지만, 삐쭉 뻗은 가지를 잘라낸다. 베인 단면에서 번지는 선명한 초록이 멍해진 머리를 톡톡 건드린다. 향을 맡고 있으면 생각이 한 박자 빨라진다.
생각의 박자를 따라가면 당신이 흥얼대던 무반주 첼로곡이 떠오른다. 차갑던 겨울비를 피하려고 뛰어든 처마 밑에서 들려오던 그 곡이 단숨에 마음에 파고들었다. 첼로의 현과 활이 가볍게, 그러나 깊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감정도 현과 활처럼, 맞물려 온다. 바흐의 첼로 곡을 들을 때면 늘 춥고도 따뜻한 두 장면이 겹친다.
겨울의 볕은 악보 위를 활보하는 음표 사이에 따스하게 내려앉았다. 무수히 쪼개지는 음표 위에서 소리는 바스러지지 않고 고스란히 햇볕을 품고 간다. 소리와 소리 사이는 주저함이 없고 탈락의 흔적이 없다. 불안한 하루에, 이 음악은 숨 쉴 틈을 남겨준다. 삶이 흔들리거나 마음이 허전한 계절마다, 음악은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나는 겨울이 지나가는 것을 보려고 전나무 가지 끝을 응시하고 있다. 전나무 가지 끝까지 청설모가 오르내리고 있다. 가지의 휘어짐이 겨울이 지나가는 중인지, 청설모가 통과하는 중인지를 세심히 살핀다.
향기는 식물이 쓴 시다. 로즈마리를 끓여 잠시 머리를 식힌다. 고요해진다. 강인한 생명의 향이 내 온몸을 통과한다. 영혼이 식물의 향을 들이마시면, 향이 고인 자리마다 시가 맺힌다.
시 한 편을 새긴 채, 겨울의 한복판을 통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