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차를 세웠다. 바람이 왔고, 그 바람에 동백꽃이 몇 장 뒹굴었다.
뒤따라 내리려던 겨울을 부축했다. 손등이 앙상해서 바스라질듯 위태했다. 겨울은 움푹 패인 눈으로 웃음 지어 보였다.
나란히 서서 바다 너머 서쪽을 바라보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중요한 뭔가를 가늠하듯 세심히 살폈다.
그때였을 것이다. 하늘의 오로라처럼 뒤엉킨 빛이 퍼지기 시작했다.
노을이 시작될 때라서 그래. 겨울이 말했다.
겨울이 마른기침을 했다. 겨울이 나에게 기대었다. 메마른 손에 힘이 들어가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동백나무 아래 함께 앉았다. 나는 주머니에서 시집을 꺼내 건네 주었다.
시인은 지나버린 가을과, 끝내 데려가지 못한 여자에 대해 쓰고 있었다. 겨울은 침을 묻혀 겨우 페이지를 넘겼다.
나를 여기다 두고 가. 겨울이 말했다.
겨울은 새의 깃 하나에 매달려 알타이산맥을 넘어왔다고 했다. 숨을 고르느라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철새들은 겨울을 내려놓고 바람을 시켜 편지를 썼다.
'차를 타고 일단 바다로 달릴 것. 그곳에서 만나는 겨울을 태워줄 것. 원하는 곳에 내려 줄 것.'
바닷가에 또 한 대의 차가 섰다. 동시에 바람이 왔고, 동백꽃이 몇 장 뒹굴었다.
조금은 성성한 겨울이 앞장서 내리고 있었다. 미소를 머금고 다가왔다.
바싹 마른 나의 겨울에게 장갑을 끼워주고 쓰다듬어 주었다.
둘은 손을 잡고 붉어진 노을 속으로 걸어갔다. 서서히 겨울의 그림자가 하나로 겹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