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에서는 나무의 상처가 냄새로 먼저 드러난다.
활엽수들은 뼈대를 드러낸 채 서 있고, 침엽수들은 바늘잎 끝까지 긴장을 모은다.
가을 숲에서 들리던 잎들의 재잘거림은 사라지고, 숲은 기억을 잃은 사람처럼 조용하다.
잎을 모두 떨군 자리마다 수액이 배어 나온다.
상처 난 피부에서 진물이 흐르듯, 가지 끝마다 나무의 몸이 흘린 흔적들이 남아 있다.
밤이 되면 숲은 거대한 야전병원이 된다.
상처를 입은 나무들이 말없이 고통을 견디고, 진액은 천천히 상처를 봉합한다.
딱지처럼 굳은 흔적들이 가지마다 박혀있다.
침엽수림에는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향이 번진다. 송진이 흐르는 냄새다.
엄마 없는 아이의 눈물이 식어서 남은, 몸의 냄새 같다.
코끝에 닿는 순간, 차가운 맑음이 몸속으로 스며든다. 유칼립투스를 닮은 맑은 수지 향이 폐 깊숙이 스며든다. 손으로 솔잎을 비비면 초록빛 쓴 향이 따라오고, 꿀처럼 은근히 달착지근한 냄새로 바뀐다. 불씨가 막 꺼진 뒤 남은 미묘한 연기처럼 숲에 오래 머문다.
겨울 숲을 다녀온 사람들은 안다.
이 냄새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송진처럼 코끝에 달라붙어 오래 남아 기억을 붙잡고 있다는 것을.
겨울을 건너는 나무들에게 말을 걸어본다. 돌봄 없이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어디서 배웠는지 묻고 싶어진다.
상처는 혼자 견딜수록 깊어진다. 나무는 상처를 흘려보내고, 사람은 마음에 쌓아 둔다.
그래서 나무는 아물고, 사람은 오래 아프다.
상처에 다가가지 못하는 날에는 겨울 숲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핏기 없는 손으로 수피를 만지고, 기둥에 귀를 대어 수액이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큰물을 품었던 계곡이 물소리를 기억하듯, 단단한 나무에 몸을 기댈수록 몸속의 피가 다시 뜨겁게 흐르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겨울나무를 끌어안은 사람의 얼굴에 조용한 미소가 번진다.
그 순간,
당신은 비로소 자신을 돌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