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무게

by 이채이

영혼의 무게는 21그램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임종 직전의 환자들을 저울 위에 눕혀 두고, 숨이 멎는 순간 줄어드는 체중을 관찰했다고 한다.


나는 이 주장의 신뢰성보다는, 영혼을 물리적 무게로 환산하고 싶어 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그 숫자에 대신 담긴 것이 아닐까 여겨졌다.

21그램이라는 숫자는 깃털 몇 장의 무게이고, 손바닥에 올리면 ‘있다’고 느껴질 듯, 없다고 해도 반박할 수 없는 가벼움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영혼은 이렇게 가벼운 것일까?”

“우리가 평생 짊어지고 살아온 기쁨과 상처, 기억과 사랑은 과연 몇 그램일까?”


나의 세계에서는 이 21그램이 과학의 실패가 아니라 문학의 시작점처럼 느껴진다.

몸에서 빠져나간 무게라기보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가장 세심히 다뤄야 할 중요한 가치 같다.


영혼의 무게를 말할 때, 나는 감정의 무게를 생각한다. 행복이나 슬픔 그리고 좌절 같은. 일상에 섞여 있는 혼합물 같은, 그래서 잘 골라내야 하는 그 무엇이다.


나는 행복의 무게는 마이너스라고 생각한다.

행복한 순간은 마음이 따뜻해지고 몸이 가벼워진다. 머릿속이 말끔해지고 발걸음이 통통 튄다.

행복은 생의 무게를 잠시 덜어주는 장치에 가깝다.

어쩌면 행복은 뒤섞인 자잘한 감정의 틈에서 불행이나 아픔, 슬픔의 씨앗을 하나 덜어내는 것이 아닐까. 한 알이 줄어드는 만큼 더 위로 떠오르는 열기구처럼.


우리가 중력을 박차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의 자유를 부러워하듯, 행복한 순간은 영혼이 중력을 거스르는 순간이 아닐까 한다. 그 순간만큼은 좀 더 가벼워진 자신을 만난다.


내가 당신을 만날 때의 발걸음이 가볍다면 그건 행복하다는 뜻이다.

생각만으로도 영혼의 무게가 가벼워질 수 있는 사이를 우리는 사랑하는 관계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남녀 간의 사랑을 넘어 누군가의 전화나 문자, 그리고 댓글을 통해서도 나는 종종 행복해지는 나를 만나곤 한다.

그래서 나는 종종, 행복은 애써 붙잡을 때가 아니라 이렇게 누군가를 떠올리는 사이에 이미 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이 죽는 순간 공중분해 된다는 무게 21그램.

이는 산 사람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행복의 무게라고 생각한다.

살아서는 발견해내지 못했던 행복의 씨앗이 모여있다가 마침내 사라지는 것.

나의 죽음 뒤에, 단 1그램의 무게도 변동이 없길 소망한다.

사는 동안 충분히 행복을 느끼고 누리고 나눠주고 가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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