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기우는 곳

by 이채이

사람의 마음은 이유를 찾기 전에 먼저 기운다.
저녁 한 끼를 먹으러 나섰다가도, 별생각 없이 발걸음이 그곳으로 향하곤 했다.
‘이왕이면 여기지.’
남자 사장 혼자 운영하는 작은 밥집이었다.


소고기 국물맛은 진하면서도 맑았다. 나는 주로 해장국을 먹었고, 딸은 육회 비빔밥을, 남편은 들기름 메밀국수를 주문했다. 비싼 메뉴는 부담스러워 자주 먹지 않았지만, 그 집에는 늘 넉넉함이 따라왔다.

누룽지는 언제나 끓여 두고 셀프로 먹게 해두었고, 가스버너 옆에는 달걀이 판째 쌓여 있었다. 난각 번호 2번 달걀은 4번 달걀보다 비싸다. 그는 더 좋은 것으로 마음을 전했다.
‘1인 한 알씩 부탁드립니다.’
그 문구는 제한이 아니라 배려처럼 읽혔다.


요즘은 힘들다며 반찬 가짓수를 줄이고 가격을 올리는 집이 많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서비스를 늘렸다. 달걀프라이 한 장이라도 더 먹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천 원을 깎아주고, 예순다섯이 넘은 어른들에게도 같은 할인을 했다.


나는 그 가게가 좋았다. 음식 때문이 아니라, 사람의 태도 때문이었다.

그의 해장국은 텁텁하지 않고 시원했고, 육회 비빔밥은 싱싱했다. 그곳에서는 만 원으로 배만 채우는 식사가 아니라 마음까지 채우는 한 끼를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가게 문이 닫혔다.
코로나의 한파도 견뎌냈다는데, 십 년 넘게 지켜온 곳을 결국 접었다.
한 달 전 휑하던 홀이 떠올랐다.
간판이 사라진 식당 앞에서 나는 한동안 서 있었다.


내가 좀 더 자주 왔더라면 어땠을까.
문득 부끄러워졌다. 그의 폐업 앞에서 나의 무심함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성실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한 사람의 삶이 조용히 사라졌다.


몸을 써서 벌고, 마음을 써서 나누던 그의 시간이 오래 남기를 바랐다.

돌아보니 나는 오래전부터 그곳으로 마음이 기울어 있었다.
사람의 마음은 결국, 잘되는 곳이 아니라
잘 살아내는 곳으로 기운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의 가게에 밥을 먹으러 갔다가 헛걸음했다.
헛걸음보다 더 헛헛한 하루였다.
나의 마음은 그 자리를 한참 서성이다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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