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은 맥박이 끊긴 듯하다.
그런 날은 비를 들고 마당을 쓸면서, 떨어진 생각의 동전을 줍는다. 어떤 시인이 쓰다만 동백의 꽃말이나, 한자를 붙여 쓴 낯선 낱말의 뜻을 헤아리기도 하면서.
당신이 나를 부를 때 짧고 건조한 호칭이 아니라 길게 늘여 부르는 것이, 메아리를 기다리는 것처럼 읽힌다. 나도 길게 당신의 이름을 불러준다.
시인의 세계에는 쓰레기통이 없다. 버릴 것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뱉어버린 길바닥의 가래침은 폐에서 오래 삭힌 근심이 되고, 개미들이 달려든 아이스크림은 길바닥에 부려진 아이의 아쉬움이다.
길을 걸으며 스쳐가는 간판과 상호를 연결 지으며 상상해 본다. 대문간에 오방기가 걸린 집을 지날 때, 신이 대나무를 타고 곧장 내려온다는 말에 슬며시 눈길을 내린다. 종일 도넛을 튀겨내는 여자의 기름때가 매니큐어 밑에 엉겨있다. 그녀가 바른 붉은 립스틱은 손님에 대한 배려 같다.
이런저런 소소한 것은 생각 주머니에 담긴다.
주머니에 가득한 타인의 일상조차 혈관에 녹아 흐르는 순간이 벅차다.
시인에게는 버릴 하루가 없다. 아무 일 없는 하루조차 시가 된다.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조용히 싯감을 모으는 시간이 된다.
글이 써지지 않는 날은 시가 없는 날이 아니라,
누군가가 유독 그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