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기차가 새벽 5시 2분경 입춘역에 도착했다.
첫 역에서 태양은 얼어 있던 봄을 일으켜, 살짝 녹여주고 떠났다.
태양의 길을 따라 걸어가기만 해도 벌써 훈훈해진다.
나는 긴 겨울 간절히 봄을 기다렸다.
낮과 밤의 변화에 마음이 요동치듯, 계절에 특히 예민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안다.
봄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순간을 꼭 참으며, 오늘을 기다렸다. 입춘역에 태양 열차가 멈춰 서는 순간을.
오늘은 겨우내 붉었던 동백에 대해 쓰기보다, 보드 블록 사이에 떨어진 민들레 씨앗에 대해 쓰고 싶어진다.
눈의 무게로 무사히 틈새에 안착한 그 홀씨에 대해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봄은 돋아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살아남는 것임을 가르친다.
봄이 왔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와도 나는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추위에 오래 눕혀둔 마음에 동상이 걸렸다. 이제 바람이 풀려 굳은 몸을 천천히 녹이고 있다.
통도사에 홍매가 피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수일이 지났다. 나는 통도의 숲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었다.
봄은 이미 기척을 내고 있었지만, 마음은 아직 겨울을 벗지 못한 사람처럼 버거웠다.
계절은 앞서 걷고, 나는 뒤돌아 서 있었다.
붉은 가슴 울새가 봄을 물고 날아온다. 빛 한 점을 가슴에 뜨겁게 품었다.
기쁨처럼 달아오른 햇볕에 몸의 얼음이 녹는다.
울새가 냇가에 내려와 물을 마신다. 물소리가 한결 명랑해졌다.
나는 봄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다시 따뜻해질 마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봄은 먼저 와 있었고, 끝내 살아남은 것들이 순해진 바람을 맞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