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텅에서 탕탕까지

by 이채이

목포에 가고 싶었다. 숲이 우거진 나무의 포구.

물때처럼 들고 나는 자연의 이치를 몸에 익힌 곳.

그곳에 가면 작은 배를 타고 멀리 나가, 겨우 남은 갯벌과 게눈처럼 솟아난 항구의 빛을 보아도 좋을 것이다. 물 빠진 가장자리에 일제히 뻘을 뚫고 나오는 생명들을 찬찬히 지켜봐도 좋을 것이다.


목포에 왔지만 유달산에 오래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영산강 하구둑에 걸린 물살이 오도 가도 못하는 풍경을 한참 바라볼 것이다. 당신에게 목포에 가자는 건 뻘낙지를 탕탕 다져주는 낙지 탕탕이 집에 가보고 싶어서다. 얇게 저민 소고기와 다진 낙지 탕탕이가 그리도 맛이 좋다 하는데, 내가 당신을 꼭 데려가고 싶은 이유는 딴 데 있다.


가게를 들어서면 오래전 마루에서 울리던, 할머니의 다듬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부엌칼이 도마에 내리칠 뿐인데, 오래전 다듬잇 방망이 소리가 쉼 없이 겹쳐 온다.


"탕탕탕탕 타당 타당 타당 타당..."


이불 홑청을 빨아 다듬잇질로 반듯하게 펴던 소리를 당신에게 돌려주고 싶다.

어머니와 할머니가 하루를 접어가던 느긋한 오후를.

잃어버린 그 소리를, 탕탕이 집에 가면 정겹게 들을 수 있다고.


당신은 분명 귀에 익은 그 리듬에 취해, 눈을 감고 독백할 것이다.

땀에 절은 베갯잇도 구겨진 홑청도 빨 때가 되었다고...


8할만큼만 볕에 말리고 다듬잇질을 하면, 탕탕 보다 더 둔탁한 텅텅 소리에 올올이 주름이 펴진다.

팔의 알통이 얼얼하도록 두드리다 보면 텅텅은 경쾌해져서 탕탕 소리만 남는다고.

그렇게 말하는 당신의 얼굴에 미소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러니까, 우리 목포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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