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거리는 얼굴

by 이채이

사진을 찍기가 점점 망설여집니다.

사진 속 사람은 분명 나인데, 선뜻 나라고 불러 주기가 어렵습니다.

얼굴은 세월만큼 주름지고 내려앉았습니다. 머리칼은 오래 쓴 빗자루처럼 거칠게 닳아 있습니다.

왜 사진은 볼수록 마음을 머뭇거리게 하는 걸까요.


한철 피어나는 꽃을 보며 수긍합니다. 당신이 '목련'하고 소리 내어 말하면 당신의 마음에는 우윳빛으로 하늘거리는, 추위 속에 겨우 피어난 꽃잎을 기억하겠지요. 비 온 뒤에 속절없이 떨어지고 검게 삭아버린 그 꽃잎을 목련으로 기억하지는 않을 테지요. 잎이 무성해진 나무를 보며 '목련이다'라고 설레지 않듯이 말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떠올릴 때 가장 싱그럽게 피어있던 날의 얼굴을 먼저 기억해 냅니다.

사진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렌즈는 여러 개의 눈으로 나를 훑어봅니다. 그 눈들이 과연 순간의 나를 온전히 이해했을까요.


타인이 찍어 준 사진 속에서 원형에 가까운 나를 발견하면 미소 짓게 됩니다. 그것이 여러 렌즈의 오판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반대로 활동하는 순간의 일그러진 얼굴이나 반쯤 뜨다만 눈과 그대로 잡힌 턱밑의 주름을 보면 한숨짓게 됩니다.

사진을 찍지 않게 된 것도 젊은 날 이데아 속의 나와 점점 멀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느 자애로운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사진을 거부하는 나이가 지나면 거울을 밀치는 때가 온다고 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하는 거울을 문득 외면하고 싶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거울 앞에 서서 입꼬리에서 귓볼 쪽으로 천천히 쓸어 올려 봅니다. 두 손이 늦어진 세월을 붙잡고 있습니다.


나는 외모를 숭배하지도, 젊음을 붙들고 싶어 안달 내지도 않습니다.


다만, 천천히 나이 들고 싶습니다.


이제 막 피려는 목련이

오래 머물러 주기를 바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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