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렛을 녹여 먹으면

by 이채이

셈에 밝은 사람은 사랑하기 어렵다. 더하고 빼는 마음이 먼저 움직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정답이 있어 풀리는 문제가 아니다. 가끔 시처럼 마음에 내려온다.


나는 시를 읽지 않는 사람의 사랑을 경계한다.

시의 행간을 읽고

숨겨진 마음에 밑줄을 긋는 일이 사랑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시 한 편 진심으로 읽어본 적이 있다면 이미 한 우주를 이해한 것이다.

페이지에 응축된 언어가 서서히 풀리는 순간, 나는 당신에게 천천히 열리고 있었다.


말이 앞서는 사람도 사랑하기 어렵다. 말은 들떠서 금세 흩어진다.

그들은 늘 뒷길을 열어 둔다.

마음이 들킬까 봐 군데군데 가시 울타리를 세워 둔다.

사랑은 누군가가 설계한 길 위에서는 이내 길을 잃는다.


당신만을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말도 나는 조심한다.

영원이라는 말은 아름답지만 오로지 단어로만 남는다.

사람의 입 안에서는 오래 머물지 못하고 흘러내린다.

현실에 내려오는 순간 영원은 잘게 부서지고 흩어진다.


오래 이어진 인연이 사랑을 길러주는 건 아니다.

마음 속에 씨앗 몇 알을 품고 사는 사람은 조금 넉넉해 보인다.

흙에서는 꽃보다 풀이 먼저 올라온다.

잠깐 방심하면 봄이 금세 뒤섞인다.

풀씨와 꽃씨를 구분하지 않는 사람은 어지러운 시간을 보낸다.


어릴 적 코팅된 초콜릿을 입안에 오래 굴리곤 했다.

오래 녹이다 보면 단단하던 경계가 풀리고

씁쓸하면서도 달았다.


그러다 가끔 아끼던 단맛을

와작 깨뜨리기도 했다.


그 순간의 쌉싸름함을

나는 아직 잊지 못한다.

사랑도 그랬다.


나는 아직 몇 개를 녹이지 못했다.

작가의 이전글 효돈(孝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