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답에 대해 생각합니다. 좀 더 진하게는 보은 같은 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지구별 여행이 처음인 내게 손을 내민 많은 분 들을 떠올립니다. 가족과 마을 사람들, 직장의 동료와 친구들까지. 생각할수록 경이롭습니다. 내가 그 많은 사람을 만나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
나는 한 알의 홀씨처럼 이 땅에 내려앉았을지 모릅니다. 어른들은 고슬고슬한 토양이었습니다.
그 땅에서 나의 모세혈관이 자랐습니다. 굵은 혈관도 중요하지만 모세혈관이 무뎌지면 사람은 병이 듭니다.
잔잔한 것들이 내 안에서 무성해지도록 그들은 나를 오래 지켜봐 주었습니다.
받은 것은 몸에 남습니다. 기억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까만색 현무암 기둥이 있습니다. 함무라비 법전이 새겨진 석비입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뼈를 부러뜨렸다면, 그의 뼈도 부러뜨려라.”라는 글귀가 쐐기처럼 새겨져 있습니다. 얼핏 보면 보복의 공정함을 말하는 문장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나는 항상 그 반대의 것을 생각했습니다. 누가 내게 한 되의 곡식을 주었다면 나는 그에게 한 되의 곡식을 돌려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그 곡식에는 마음이 이자처럼 조금 더 얹혀가기를 바라면서.
나의 토양이었던 분들이 하던 일을 이제는 나도 따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나는 나대로 보답을 합니다. 어쩌면 상대보다는 내가 흡족해지는 쪽을 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한 권 선물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요즘은 결제만 하면 메신저로 책을 보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나는 책을 사서 손편지를 쓰거나 누름꽃을 사이에 끼워서 건네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만나야 합니다. 어쩌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지도 모르고, 끝내 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나는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야 마음이 놓입니다. 어쩌면 그 또한 나를 위한 방식일지 모릅니다.
얼마 전 구정 때 라인댄스로 모인 사람들이 강사 선생님께 선물을 하자며 돈을 모으자고 했습니다. 강의가 시작된 지 2주째였습니다. 서로의 마음에 관계의 길이 이제 생겨나려는 찰나였습니다.
나는 반대했습니다. 내가 그분께 보답하고 싶은 마음은 돈을 모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수업 중 목이 마를 그분을 위해 두 컵의 물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온수와 냉수. 그분은 감동했습니다. 히터 바람에, 또 춤으로 후끈해진 그분께 아이스라테를 건넸습니다.
나의 사랑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하루하루 자잘한 기쁨을 나누는 것.
아마 나는 몇몇 회원들에게 찍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의견이 거부당하면 의견의 타당성보다는 상대를 먼저 미워하게 되는 법이니까요.
내가 모두의 마음에 들러 '똑똑' 안부를 물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오늘도 눈밭처럼 깨끗하게 지워진 관계의 길에 조심스레 한 발짝 찍어봅니다.
그렇게 찍힌 발자국을 따라, 언젠가는 당신에게 가는 길이 열릴 것이라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