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에서

by 이채이

밤사이 따닥대는 소리에 잠을 설쳤습니다. 빗방울이 유리창 난간에 고여있었습니다.

떨어지지도 붙어 있지도 못한 채 그 사이에서 버티고 있었습니다.


커피머신을 켰습니다. 잔이 천천히 따뜻해집니다.

새벽의 커피를 따르며 생각했습니다. 꿈이 나를 이쪽으로 끌어당겼나 봅니다.

꽃잎 같던 페이지가 오늘은 신문지처럼 텁텁합니다. 책을 펼쳤다가 다시 덮습니다.


가끔 뒤척이다 잠이 들 때면 낯선 시공을 헤매다 옵니다.

거기서 건져 온 어떤 단어는 꺼내는 순간 깊이를 잃어버립니다.


뉴턴은 모든 물체는 서로를 끌어당긴다고 했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프린키피아를 읽지 않아도 살다 보면 알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힘은 물체 안에서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그 사이에서 생긴다는 것을.

얼굴 한 번 마주한 적 없는 사람들이 몇 줄의 말로 가까워지기도 하듯이 말입니다.


몸 안의 커피보다 잔에 담긴 한 모금이 더 강하게 나를 끌어당깁니다.

함께한 순간은 잊히고 한 장면만 오래 남듯이.


그래서 어떤 아침에는 커피 한 잔이 사람을 데려오기도 합니다.

나는 당신을 담을 수 없고, 당신은 나를 담을 수 없습니다.

서로 섞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마음을 놓이게 합니다.

빈 속의 커피는 조금 쓰립니다. 쉽게 가시지 않습니다.

당신을 생각할 때처럼.


특별한 장면은 오래 남지만 자주 꺼내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의 사이가 특별한 날보다 매일 꺼낼 수 있는 평범한 것으로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들풀처럼, 잠시 내려앉았다 떠나는 새들처럼 사소한 것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렀으면 합니다.


뉴턴의 법칙을 거슬러 하찮은 것들이 나를 강하게 끌어당겼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당신에게는 작은 것일지 모릅니다. 그래도 당신을 조금은 끌어당겨 보고 싶습니다.


우리 사이에는 빗방울처럼 작은 것들이 맺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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