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글라이더입니까, 비행기입니까?

by 이채이
인간에게는 글라이더 능력과 비행기 능력이 있다. 수동적으로 지식을 얻는 것이 전자, 스스로 사물을 발견하고 발명하는 것이 후자다. 이 두 가지가 한 명의 인간에게서 공존한다. <생각의 도약> 도야마 시게히코


한때 나는 내가 날고 있다고 착각했다. 제법 멀리도 갔다. 바람을 타고, 누군가 던져준 추진력을 타고 말이다. 그런데 어느덧 착륙해야 할 순간이 왔다. 바람이 그쳤고, 나는 서서히 아래로 가라앉았다. 다시 하늘로 오르기 위해 날개를 퍼덕였지만, 몸이 뜨지 않았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비행기가 아니라 글라이더였다는 것을.


글라이더는 스스로 날 수 없다. 던져줘야 날고, 끌어줘야 뜬다. 추진력은 외부에서 온다. 언젠가 반드시 멈추는 그 힘 덕분에 나는 날고 있었다. 그러니 언젠가는 내려앉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다시 오르고 싶을 때, 날 수 있는가?


비행기는 다르다. 착지 후에도 스스로 다시 난다. 자기 안에 엔진이 있기 때문이다. 연료를 태우고, 추진력을 만든다. 아무리 거친 땅에 떨어졌더라도, 엔진만 있으면 다시 뜰 수 있다. 이런 사람을 '비행기형 인간'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엔 글라이더처럼 살아간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 배우고, 선생의 도움으로 깨닫는다. 그렇게 타인의 도움으로 날아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비상착륙의 순간을 맞게 된다. 퇴사나 실패, 실연이나 병처럼, 이름은 달라도 본질은 비슷하다. 나를 밀어주던 바람이 멎는 순간이다.


그때 다시 날고 싶다면, 스스로 떠오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나는 그 힘의 한 가지가 ‘독서’라고 믿는다. 책을 읽는다는 건, 생각을 연료 삼아 내 삶을 움직이는 일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지고, 어느새 내 삶의 방향타를 손에 쥐게 된다. 여기에 글쓰기가 더해지면, 그건 연료를 저장하고 가공하는 일과도 비슷하다. 머릿속에서 떠다니던 생각들이 글이 되어 남고, 그 글이 다시 나를 일으키는 힘이 되어준다.


제힘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진짜 파워는 결국 ‘제힘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제힘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결국 우리는 엔진 없는 글라이더처럼 바람이 멎는 순간 추락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독서를 권하고 싶다. 남이 정해준 길을 따르기보다, 내 안에 강력한 엔진을 하나쯤 만들어 두었으면 좋겠다. 바람이 없어도 다시 뜨는 힘은, 바로 거기서 나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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