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불타는 도서관

by 이채이

아프리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탄다.”


처음 들었을 땐 한 편의 시처럼 들렸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질문처럼 다가왔다.

과연 한 사람의 인생이 도서관이라 불릴 수 있으려면, 그는 얼마나 많은 지혜를 품고 있어야 할까?


우리는 흔히 지혜를 책에서 찾아왔다. 제대로 된 교육, 전문 지식, 사회적 성취가 있어야 지혜롭다고 믿었다. 그러나 삶을 오래 산다는 건 단지 오랜 시간을 견뎠다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 속에는 수없이 쌓인 선택과 실패, 상처와 복원으로 남은 기억이 얼룩처럼 남아 있다는 것을. 많은 것이 언어와 기억의 형태로, 혹은 격렬한 통증의 아픔으로 사람 안에 저장된다.

성공과 실패, 기쁨뿐 아니라, 고통도. 이 모든 경험은 삶이라는 긴 책 속에 문장처럼 기록된다. 다만, 사람이 좀처럼 펼치지 않는 책 속의 문장이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읽히지 않고 소실된다, 말해지지 않은 채 잊힌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스친다. 눈앞에 도서관이 있다는 걸 모른 채 지나친다.

책에 실린 것만이 지식은 아니고, 유명한 문구에만 지혜가 담긴 건 아니지 않은가. 거칠게 살아낸 자만이 알 수 있는 직관이 있고, 끝까지 겪어본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통찰이 있다. 고통 끝에서 얻은 감사와 평화, 사랑이 식은 뒤에야 이해되는 분분한 감정의 형태, 늦게 깨닫고 오래 다듬어 삼킨 문장이 살아 있다. 이러한 것들을 나의 책장에 꽂아두고 싶다. 그중 단 한 문장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건 의미 있는 기록이다.


죽음은 피할 수 없다지만 사라지는 방식은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냥 사라지고 싶지 않다. 내가 떠난 자리에서 누군가 이렇게 말해주기를 바란다.

“아름다운 도서관 하나가 불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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