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치원부터 수능까지, 좋은 영어 학원이란?
“영어유치원 3년이면 영어 절반은 끝나는 거 아냐? 시작점이 다르잖아.”
많은 부모들이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럴듯해 보인다. 어릴 때부터 영어 노출을 많이 시키면, 말문도 빨리 트이고, 발음도 예쁘고, 영어도 쉬울 것 같으니까. 그럼 나중에 수능에서도 자연스럽게 1등급이 나올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능 영어 1등급과 영어유치원은 거의 무관하다. 수능 영어는 일상 회화나 간단한 리딩 실력으로 풀 수 있는 시험이 아니다. 고난도 지문을 읽고,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함의까지 추론하는 능력을 묻는다. 예쁘게 말 잘한다고, 독해가 되는 건 아니다.
이건 국어도 마찬가지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한다고 해서 국어 시험을 잘 보는 게 아니듯, 영어를 많이 들었다고 해서 수능 영어를 잘 보는 건 아니다.
조기교육보다 중요한 건 ‘적기교육’이다.
영어유치원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외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거나, 어릴 때 영어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 부모에게는 분명 의미가 있다. 다만 수능 1등급을 목표로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건 방향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게다가 요즘은 유치원 3년, 초등부터 영어학원, 중고등 내내 과외까지 받으며 영어 사교육에만 1억 가까이 쓰는 집도 있다. 누구도 그 선택을 탓할 순 없다. 다만 중요한 건, 그만큼의 시간과 돈을 투자해도 원하는 결과가 반드시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영어는 일찍 끝내는 과목이 아니다. ‘중3까지 수능 영어를 끝내고 고등학교에선 다른 과목에 집중하자’라는 전략을 세우는 집도 많은데, 그 전략은 자칫 위험하다. 실제로 중3에 수능 영어시험 1등급을 받았던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가서 영어를 놓기 시작하면, 고2부터 점점 하락하고, 고3 모의고사에선 완전히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그때는 성적을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영어는 꾸준히 숨 쉬듯 가야 하는 과목이다. 수능 직전까지 일정 수준의 노출과 훈련을 유지하지 않으면 점수는 무너진다.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라지만, 1등급은 전체의 6% 정도만 받을 수 있다. 결코 만만한 시험이 아니다.
수능 영어의 본질은 ‘문해력’인데, 수능 영어는 단어 시험이 아니다. 단어의 뜻을 안다고 풀 수 있는 시험도 아니라는 말이다. 요즘 출제 경향은 문맥을 읽고 추론하는 능력, 글의 구조를 파악하는 힘, 글쓴이의 의도를 이해하는 독해력을 묻는다. 즉, 수능 영어는 결국 ‘언어력’이다.
그리고 이 언어력은 평소의 문해력에서 나온다.
문해력이 약한 아이는 영어든 국어든 어떤 언어 시험에서도 약할 수밖에 없다.
이 문해력은 언제 자라나는가? 초등, 중등 시기의 독서를 통해 자란다. 영어든 국어든, 아이가 ‘글을 읽고 이해하고 생각하는 힘’을 가졌다면 수능 영어는 훨씬 수월해진다. 사교육 없이도 학교 공부와 인강만으로도 수능 영어 1등급은 가능하지만, 학원에 꼭 가고 싶은 사람에게 영어 학원 고르는 법을 말해주고 싶다.
사교육을 시키고 싶다면, 너무 조급하게 시작하지 말고 문해력을 어느 정도 갖춘 후, 아이의 성향과 수준을 고려해 시작하길 바란다. 그리고 영어학원은 아래의 기준으로 고르면 실패할 가능성이 적다.
입학 테스트로 아이를 기죽이는 학원은 피하자.
일부 학원은 일부러 낮은 점수를 주어 아이와 부모를 불안하게 만든다. 자신들이 아니면 안 된다고 믿게 만들기 위해서다. 이런 곳은 처음부터 방향이 어긋났다. 부모의 불안을 돈으로 사려는 곳이다. 부모와 학생을 겁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단어만 외우게 하는 학원은 피하자. 물론 단어는 중요하다. 하지만 단어장의 단어를 하루에 50개씩 200개씩 외우는 학원을 피하자. 단순히 뜻만 맞히는 시험은 수능 영어에서 힘을 못 쓴다. 문맥 속에서 단어를 익히고, 예문 중심의 학습이 있는 학원이 좋다. 시험을 본다면 10 문장이라도 영어 예문을 시험 보는 학원에 보내라.
원장이 공부하지 않는 학원은 가지 마라. 학생들 앞에서는 “공부 열심히 하라”라고 말하면서, 정작 본인은 하루도 책을 안 펴는 원장이라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게 없다.
대성학원 일타 이명학 선생님은 지금도 매일 공부한다. 해도 해도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실력은 곧 학원의 방향이다. 선생님이 학생만큼 열심히 하는 곳 그곳에 보내라.
학원 환경이 청결하지 않고 관리가 안 되는 곳은 피하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청소 하나에 성실함과 태도가 보인다. 아이를 가르치는 일은 삶을 정돈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원장실이 깨끗한지, 자습실은 언제나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지. 그런 곳에서 아이들은 흐트러진 마음을 잡고 공부할 수 있다.
아이의 꿈과 방향을 이해할 수 있는 선생님이 있는 곳을 선택하자. 아이가 가고 싶은 대학, 원하는 길을 실제로 가본 선생님이 있다면, 실전 경험과 조언의 질이 다르다. 물론 학벌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다. 매일 공부하고, 아이를 진심으로 대하는 선생님이 있다면 그 학원은 충분히 좋은 곳이다.
부모와 아이를 우습게 보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학벌이나 수입을 자랑하며, 부모를 깎아내리고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원장이 있다면 그곳은 당장 발을 빼야 한다. 교육은 사람을 존중하는 일이다. 자신이 최고인 교사는 아이의 삶의 고민을 함께할 수 없다.
영어 공부는 장기전이다. 영어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조기교육에 집착하기보다, 아이가 읽고 이해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언어력의 기반을 먼저 길러줘야 한다.
그리고 영어 공부는 결국 사람에게서 배운다. 커리큘럼이 좋아도, 교재가 좋아도, 그걸 전달하는 선생님이 공부를 멈췄다면 아이의 열정은 쉽게 식는다. 누가 가르치느냐가, 무엇을 가르치느냐보다 훨씬 중요할 수 있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환경은 결국 ‘좋은 사람’이다. 영어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