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제 문제를 늘 틀리는 아이

- 문해력이 최고의 성적을 만든다

by 이채이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해독하는 것이 아니라, 글 속에 숨겨진 뜻을 발견하는 것이다.”

미국 작가 루이스 로리의 말이다.


한때 담임을 맡았던 아이의 부모님을 만났다. 아이가 수학 연산 문제는 척척 풀었지만 문장제 문제 앞에서는 늘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고 크게 걱정했다.

“연산 문제는 공식을 외워서 빠르게 풀 수 있지만, 문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라는 말을 점점 실감했지만,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학원에서 알아서 잘 가르쳐주고 있으니,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가 문제를 자주 틀리고 지쳐가는 모습을 보며 걱정이 깊어졌다. 중학교에 들어가자 어려움은 더 뚜렷해졌다. 사회, 영어, 과학 시험에서 문제를 읽고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시험 결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이 스스로도 “왜 공부해도 성적이 안 나올까”라며 답답해했고, 자신감마저 떨어졌다. 부모는 여러 학원을 전전하며 아이를 도우려 했지만, 방향이 어긋나니, 노력도 헛돌았다.

어느 날, 그 학부모님이 나를 찾아와 애타는 마음으로 말했다.

“선생님, 중학교 들어서면서부터 성적이 급격히 떨어졌어요. 학원도 여러 군데 다니는 데 도통 나아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요.”

사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라고 자주 말하곤 했다. 하지만 부모는 학원에서 잘 가르쳐줄 거라 생각하며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중학교에 들어선 뒤, 성적이 예상보다 떨어지자 원인을 알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상담을 요청해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전반적으로 문해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문해력은 단순한 암기나 반복 학습으로는 키워지지 않습니다. 아이가 다양한 책을 읽고, 내용을 곱씹으며 스스로 질문하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겉보기에 돌아가는 길 같고, 당장은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 이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입니다.”


아직 확신하지 못해 주저함이 역력한 학부모 앞에서 나는 영어 조정식 선생님의 말로 추가 설명을 했다.

중3 때 수능 영어 만점을 받았던 학생도 고3, 6월 모의고사에서 3등급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꾸준한 문해력 훈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어는 단어 암기만으로 유지되지 않고, 문장과 문맥을 정확히 이해하는 ‘읽는 힘’이 중요하다. 중3 학생이라도 문해력이 부족하면 당장 문제 풀이를 중단하고 책읽기를 권할거라는 대목에 이르자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아이는 학습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학원에 가는 시간을 줄이고, 아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시간을 확보했다. 하루에 조금씩,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내용을 함께 이야기하며 ‘읽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집중했다.

고등학생이 된 아이는 학교 시험과 모의고사에서 점차 안정적인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전 과목 성적이 상위권을 유지했고,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제 문제를 풀기 전에 먼저 의미를 이해하려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무작정 문제를 ‘푸는 아이’에서, 먼저 ‘이해하는 아이’로 성장한 것이다.

문해력은 단순히 국어나 영어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수학의 문장제 문제, 과학의 개념 설명, 사회의 서술형 문항까지. 모든 시험의 본질은 문제를 이해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부모가 한 가지 오해를 품고 있다. 문제를 많이 풀기만 하면 실력이 늘 것이라는 통념이다. 그러나 문해력은 절대, 문항 수를 늘린다고 저절로 키워지는 능력이 아니다. 문제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반복하는 공부는, 응용 문제나 낯선 표현 앞에서 쉽게 무너진다. 아무리 문제집을 쌓아두고 학원 수업을 반복해도, 속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기계적으로 하는 공부로는 실질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문해력은 어릴 때부터 ‘생각하는 독서’를 꾸준히 쌓아야 가능한 힘이다. 이쯤 되면 많은 부모님들이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그래, 이제라도 독서 논술학원에 보내야겠다.”

아! 정말 답답하다. 여기에 또 하나의 함정이 있다. 문해력은 누가 대신 길러줄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논술학원 수업을 듣는다고 바로 생기는 기술도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스스로 연결해가는 ‘내면의 활동’ 속에서 자라난다. 논술학원은 보조일 뿐, ‘책 안 읽는 아이’를 ‘분석만 하는 아이’로 만들면, 독서의 즐거움과 문해력은 멀어진다. 논술학원은 독서의 즐거움과 탄탄한 문해력을 바탕으로 아이가 자신의 논리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기 위해 갈 때 효과적인 곳이다.


독서를 습관처럼 즐기는 이 과정에서 독서는 단순한 지식 축적이 아니라 뇌 구조를 변화시키는 활동이 된다. 뇌 속에서는 시냅스가 활발히 연결되고, 기존 정보와 새로운 정보 사이의 길이 만들어진다. 특히 일정 수준의 독서량이 축적되면, 아이의 뇌는 서로 연결된 개념 체계를 스스로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어렴풋했던 이해가 점점 입체적으로 형성되며, 기억이 창의력으로, 지식이 통찰로 바뀌는 ‘생각의 폭발’이 일어난다.


“문해력은 공부의 기초 체력이다. 어릴 때부터 책을 읽고 생각하며 자란 아이는, 시험장에서도 문제를 ‘읽고’,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다.”

당신의 아이는 오늘, 얼마나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그 시간이 쌓여야 최고의 성적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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