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고전독서 어린이도 할 수 있다

by 이채이

‘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고들 말한다. 전장은 교실이고, 무기는 교육이다. 이 전쟁에서 교육에 대한 원대한 안목을 가진 나라가 승리한다고 단언한다. 지금, 초·중·고 교실에서 미래를 두고 벌이는 조용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인공지는이 정보를 정리하고 정답을 제시하는 세상. 이제 인간에게 필요한 건, 얼마나 깊이 생각할 수 있느냐다. 그렇다면 이 전쟁에서 어떤 무기가 가장 강력할까? 나는 확신한다. 생각의 깊이를 만드는 인문고전 독서야말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단단한 갑옷이며, 가장 예리한 무기다. 그 힘은 어릴 때부터 공고히 다질 수 있다.


나는 아이가 일곱 살이 되었을 때, 《논어》를 처음 읽히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 구절을 소리 내어 읽고, 무슨 뜻일까 천천히 이야기 나누는 식이었다.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이 한 줄을 놓고, 아이와 같이 웃고, 곱씹고, 이야기했다.

《논어》를 마치고 《맹자》로, 《소학》, 《대학》, 그리고 《부모은중경》까지 수없이 다양한 동양고전을 함께 읽었다. 매일 10분 남짓, 짧지만 진지한 마음으로 임했고, 한 권을 다 읽는 데는 2~3개월이 걸렸다.


어느 날 저녁, 나의 질문에 밥을 먹던 아이는 나를 쳐다보며 난감해했다. “부모님이 말씀하시면 먹던 밥도 뱉는다는데...!” 하며 갑자기 음식물을 뱉으려는 시늉을 했다. 《소학》의 한 구절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심 놀랐고, 대견했다. 아이가 책 내용을 자기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책과 삶이 연결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고전 한 권을 마치면 우리는 ‘책거리’를 했다. 인근 레스토랑으로 먼저 가서 풍선과 종이 프랭카드로 장식하며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곳에 도착한 아이는 서프라이즈 파티라도 하듯 신이 난 얼굴로 내 손을 꼭 잡았다.

“어른들도 잘 읽지 못하는 고전을 읽었으니, 이제 어른 대접을 받을 시간이다.”나는 말해주었다. 아이의 눈빛은 잔 안에서 솟아오르는 기포처럼 설레었다. 책거리는 단순한 독서 완료가 아니라, 스스로 이룬 성취를 축하하는 기쁨의 시간이었다. 동시에 다음 고전을 향한 자연스러운 동기부여였다.


많은 부모가 자녀에게 고전을 읽히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어렵다는 편견으로 부모조차 고전에 도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서양 고전보다 익숙한 동양 고전을 추천하고 싶다. 그중에서도 공자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공자의 사상은 철학이기 이전에 삶의 태도이자 실천의 말씀이다.

‘효’, ‘예’, ‘배움의 즐거움’ 같은 주제는 일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어 아이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간다. 더불어 공자는 유학뿐 아니라 동양사상의 기초이기에, 공자를 이해하면 이후 고전들을 이해하는 바탕이 다져진다.

부모가 자녀에게 고전을 읽힐 때 중요한 건 ‘가르치려 하지 말고 함께 읽는 태도’다. 부모가 고전에 익숙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아이와 번갈아 가며 한 줄씩 읽고, 느낀 점을 나누면 된다. 그 사이에 아이는 조용히 자기 생각의 뿌리를 고전에 내린다. 하루 한 구절이라도 좋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글을 쓰기 전, 먼저 치밀하게 구성된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글이 훨씬 잘 써진다고 했다. 이는 아이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구조화된 고전을 반복적으로 읽는 경험은, 아이의 생각 구조를 단단히 세운다.


어릴 적부터 인문고전을 읽은 아이는 일반적인 책을 읽을 때도 내용을 빠르게 파악하고, 핵심을 정확히 짚어내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이런 독해력은 단지 책을 잘 읽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진짜 공부가 시작되는 중·고등학교, 더 나아가 대학과 사회에 이르면 더 큰 힘이 된다. 생각하고 정리하고 표현하는 모든 순간에 강력한 무기로 작용한다.


고전을 읽는다는 건 마치 복리 적금과도 같다. 지금은 작아 보여도, 꾸준히 쌓이면 상상 이상의 차이를 만든다. 아이와 함께 고전을 펼치는 일, 그것은 단지 공부를 시키는 일이 아니다. 미래를 함께 준비하는 일이다.

앞으로의 세계는 책을 읽는 자와 읽지 않는 자로 나뉠 것이다. 그중에서도 인문고전을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으로 더욱 섬세하게 구분될 것이다. 무기 없이 전장에 나가는 장군은 없다. 인문고전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지닌 아이는 생각의 중심을 잃지 않고, 통제 가능한 힘을 가진 진짜 장수로 자라날 것이다. 수고롭지만, 가장 확실한 방식으로 우리를 미래라는 전쟁에서 이기게 해 줄 것이다.

======================

어린이 고전독서 입문 Q & A


Q1. 왜 초등 시기에 고전 독서를 시작해야 하나요?

- 초등 시기는 아이의 사고력과 가치관의 뿌리가 형성되는 결정적 시기다. 중학생이 되면 시간적·심리적 여유가 줄어들어 고전 독서가 훨씬 어렵다. 지금 시작해야 늦지 않다.


Q2. 어떤 고전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 처음 고전은 동양고전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서양고전은 개념이 복잡하지만, 동양고전은 예절, 효, 배움의 기쁨 등 일상과 연결된 내용이 많아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쉽다.

- 추천 순서: 《논어》 → 《맹자》→ 《소학》 → 《명심보감》 → 《대학》 → 《중용》...


Q3. 하루에 얼마나 읽으면 좋을까요?

- 하루 10분, 두 세 구절이면 충분하다. 아이와 함께 읽고, 뜻을 나누는 대화가 핵심이다. 중요한 건 양이 아니라 꾸준함이다.


Q4. 고전 독서를 어떻게 진행하면 되나요?

<부모가 꼭 알아야 할 5가지 실천 원칙>을 기억하자.

1) ‘가르치기’보다 ‘함께 읽기’

부모가 먼저 알지 못해도 괜찮다. 아이와 번갈아 읽고, 느낀 점을 함께 나누면 된다.

2) ‘두 세 구절’로 충분

– 너무 많은 내용을 욕심내지 말자. 한 줄에 담긴 뜻을 곱씹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

3) ‘예절 교육’과 함께 하기

– 고전 속 가치(예, 효, 겸손 등)를 생활 속 실천으로 연결하자.

4) ‘하루 한 말씀’ 필사 추천

– 아이가 감동받은 구절을 하루 한 줄씩 쓰게 하자. 생각이 더 깊어지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5) ‘성취 경험’ 만들어주기

– 한 권을 끝냈을 때, ‘책거리’로 칭찬한다. 아이가 다음 책을 기대하게 된다.


Q5. 언제, 어떤 책을 읽히면 좋을까요?

우리나라의 서당 교육은 무학년제로 운영되었다. 나이나 학년에 따라 책을 정하지 않았고, 부모나 훈장이 아이의 상태를 보며 “이제 시작할 수 있겠다”라고 판단하는 시점부터 고전 공부를 시작했다.

그때 아이들이 처음 접한 고전은 해설 없는 원문 그대로의 책이었다. (우리는 한자를 읽지 않고 한글을 읽는다.) 문장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억지로 설명하지 않았다. 아이는 스스로 묻고, 듣고, 유추하며 읽어 나갔다. 그렇게 하며 언어 감각과 사고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졌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고전 독서에 적당한 시기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집중해서 한두 문장을 음미할 수 있는 나이라면, 그때가 시작할 때다. 처음부터 쉽게 풀어쓴 해설서보다 날것 그대로의 고전을 조심스럽게 권한다. 뜻을 몰라도 괜찮다. 긴장 속에서 아이는 생각하기 시작하고, 스스로 의미를 붙잡는 힘을 기르게 된다.

나는 홍익출판사의 동양고전 시리즈를 읽었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저자 이지성 작가님이 추천해 준 대로 읽었다.


6. 부모님께 드리는 한 마디

고전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책이 아니다. 고전을 읽는다는 건, 천년의 지혜를 날것으로 먹는 일이다. 아이가 고전 한 줄의 의미를 무겁게 끌어안기보다, 경쾌하게 받아들이게 하라. 그 가벼움 속에서 생각은 단단한 외피를 만든다. 비록 소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은가.

keyword
이전 09화책으로 이사 가는 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