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의 독서 습관을 만드는 최고의 환경은 무엇인가?
아들을 잘 키우기 위해 집을 세 번이나 옮겼다. 묘지 근처에 살 땐 장례 흉내를 내니까, 시장 옆으로 이사했고, 거기서 흥정만 따라 하니까 또 학교 근처로 옮겼다. 결국 공부하는 분위기 속에 살게 된 아이는 훗날 유교의 큰 스승이 되었다. 모두가 다 아는 ‘맹모삼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옛날 미담이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아이의 환경은 부모가 만들어줘야 한다.”
바로 그 ‘환경’이라는 말에 우리는 주목해봐야 한다. 그렇다면, 책 읽는 아이를 위한 최고의 환경은 무엇일까?
요즘 부모들은 ‘아이가 책을 좀 읽었으면’하고 바란다. 하지만 정작 부모는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에만 집중한다면, 그 집에서 독서 습관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긴 어렵다.
“책을 읽는 부모는 아이에게 무한한 세계를 선물하는 것이다.”
미국의 시인이며 퓰리쳐상을 여러 번 받은 칼 샌드버그의 조언을 기억하자. 아이에게 무한한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면, 먼저 부모가 그 세계를 직접 알아야 한다. 이 대목이 바로 부모들에게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그렇지만 아이에게 “책 좀 읽어!” 하고 말하는 것보다, 소파에 조용히 앉아 책을 펼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사소해 보여도, 아이는 그 모습을 오래 간직한다. 그럴 때 부모의 말에 진짜 힘이 생긴다.
물론 하루 이틀 ‘읽는 척’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요리책이든, 잡지든, 소설이든, 가볍게 펼쳐 읽다 보면 어른들도 어느새 책의 재미를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중요한 건 아이 눈에 부모가 진짜로 재미있어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 우리 집에서는 책을 읽는 게 당연한 일이구나.” “엄마가 책을 재미있게 읽네.”
이렇게 느끼게 되면, 독서는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 그저 삶의 한 부분처럼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책장을 가득 채우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책 욕심만 많은 부모는 아이를 오히려 책에서 멀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 커다란 책장에 손도 닿지 않는 높이로 책이 빽빽하게 꽂혀 있다면, 아이는 기가 질려버릴지도 모른다. 오히려 아이 키에 맞는 책꽂이를 두고, 재미있어 보이는 책 몇 권만 가볍게 올려두는 게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책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는 습성이 있다. 이걸 두고 “다른 책은 안 읽는다”라며 걱정하는 부모들도 있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의 지식욕은 바로 ‘자기 관심 분야’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관심이 점차 확장되며 다른 분야로 전이된다. 관심이 없는 아이에게는 전이라는 것도 없다.
도서관이나 서점 나들이도 좋은 환경을 만든다. 책을 함께 고르고,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쌓이면 책은 아이에게 친구 같은 존재가 된다. 아동 도서는 얇지만 품질 좋은 종이에 컬러 삽화까지 들어가 있어 성인 도서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 그래서 책값이 걱정이라면 중고 서점이나 도서관을 적극 활용하면 된다.
결국 아이의 독서를 위한 최고의 환경은, 예상한 대로다. 부모가 책을 읽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 단순한 진리가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걸 해내는 부모가 아이의 인생을 바꾼다. 책냄새나는 집에서 자란 아이는, 책과 떨어질 수 없다. 어느새 삶의 일부가 된다.
맹자의 어머니는 환경을 바꿨지만, 우리는 먼저 자기 ‘생각의 환경’부터 바꿔야 한다. 책 속으로 이사하는 것부터 말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사랑한 것을 따라 사랑하게 된다. 부모가 책을 사랑하고 가까이할 때, 아이도 자연스레 책을 믿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혼자 책장을 넘기며, 어느새 스며든 사랑을 떠올릴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부모가 아이에게 남기는, 오래가는 진짜 유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