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 연애를 실패했다

나의 실패가 너에게 밑거름이 되길

by 당근당근

1년 전

친구의 소개팅으로 만난 그 사람은

꽤 좋은 직장에 근무했었다.

얼굴이 지적으로 생겼다는 이야기에

기대 없이 나간 소개팅에서 정말 우아하게 생긴 사람을 봤다.

설마 저 사람은 아니겠지.

다른 자리에 앉아서 약속시간을 기다렸다.

2시 정시가 되었는데

나타나지 않았다.

설마, 안 나오려는 건가.....

카톡을 보냈다.

'저는 약속 장소에 이미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시면 전화 주세요.'

바로 전화가 왔다.

고개를 들어 누구인지 찾았다.

우아하게 생긴 바로 그 사람이었다.

신이시여!


드디어 첫눈에 반한 상대를 만났다.

그녀는 얼굴이 지적이고 분위기가 우아했다.

심지어 그녀는 차분한 분위기에 따뜻한 음성까지 가지고 있었다.

사실 이 커피숍에 들어왔을 때부터 내 눈에 들어온 사람은

오로지 그녀뿐이었다.

(소개팅녀가 다른 사람이라면 미안했을 정도로 그녀만 보였다.)

가벼운 인사와 형식적인 말들을 나누었다.

'이미 내 마음은 당신 꺼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의자 등받이에서 허리를 떼지 않으려 노력했다.

(심리학 책을 보면 의자 등받이에서 등을 떼고 , 테이블에 상반신을 걸치고 상대방의 말에 응하는 것은 이미 패를 다 보여주는 것이라고 그것은 소개팅에서 하면 안 된다고 적혀있다.)


그녀와 나의 첫 만남은 그렇게 평범하게 시작되었다.

퇴근 후에는 무조건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렇게 많았던 야근도 마치 나의 연애를 지지하는 듯 한 달에 한번 정도만 생겼다.

날마다 그녀에게 웃음을 주었고, 나는 39년을 살면서 가장 행복한 날들을 보냈다.

날마다 보고 있어도 심장이 떨렸다.

그녀와 함께 삼청동 골목을 걸을 때면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은 우리를 부러운 듯 보았다.

지나쳐간 사람들은 뒤돌아 볼 만큼 그녀는 정말 예뻤다.

다들 나를 부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100일

우리는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해 이야기했다.

신혼집은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살림은 간단하게 시작하기로 약속했다.

소박하게 결혼 준비를 한다는 것이 미안하면서 동시에 나를 따라주는 그녀가 무척 고마웠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그녀가 고마웠다.

"우리 백일이니깐 내 마음을 담았어"

그녀가 시계를 선물해주었다.

깔끔한 디자인에 모르는 브랜드였다.

마음에 들었다. 센스까지 있는 그녀는 정말 완벽하다!













다음날,

"차장님. 시계가 명품이네요. 이거 천만 원 넘는 거죠?"

세상에 천만 원이 넘는 시계가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보증금을 손목에 차고 다니는 사람이 내가 되었던 것이다.

퇴근 후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환불을 할 수 있으면 환불을 하자" 내가 말했다.

"우리 결혼 예물을 미리 했다고 생각하고 받아줘. 괜찮아 그 정도는 " 그녀가 답했다.

"아! 그래도 이건 너무.." 상냥하게 웃는 그녀에게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그래 이 정도는 내가 반지 선물을 해주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것이 시작임을 그때는 몰랐다.

"오빠, 이거 어때? 오늘 우리 반지 보러 가는 거 알지? 나는 이 브랜드가 좋더라. "

" 오빠. 이건 어때? 여기 드레스가 정말 예쁘대. 내 친구 보고 왔는데 여기가 젤 예쁘대"

" 오빠, 이건 어때? 결혼 전에 내 친구들 만나기로 했잖아. 여기 호텔 디너가 정말 좋대"

" 오빠, 이건 어때? 한복은 내 친구는 여기서 했다고 하는데. 압구정으로 가자"

그녀가 가볍게 이야기하는 반지는 내 손목에 찬 시계를 넘어서는 가격이었다.

그녀의 친구들이 했다는 웨딩드레스 샵은 국내에서도 재벌가들이 가는 드레스 샵이었다.

결혼 전에 그녀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에는 꼭 명품 양복과 천만 원이 넘는 시계를 착장해야 했고,

음식은 화려하고 와인은 고급 와인을 준비해야 했다.

그렇게 그녀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를 네 번째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 자신이 어쩐지 초라해 보였다.


오빠 오빠 오빠 오빠!!!!

만나면 종일

"오빠 , 우리 결혼식은 말이지 이런 거 이런 거 어때? 신혼여행은 여기 어때? 내 친구는 "

"오빠, 우리 식장은 야외에서 하는 게 어때? 호텔 거기 엄청 예쁘잖아 거기서 내 친구가 했는데. 내가 더 예쁜데. 나는 거기서 하면 더 예쁠 것 같아 그렇지?"

" 오빠, 내 친구가 그러는데 요즘은 강남보다는 구리시에 아 oo마을에 빌라 거기가 좋다는데 그쪽으로 이사할 생각은 없어?"

" 오빠, 사진은 여기 스튜디오가 잘 나오고 자연스럽게 찍는다고. 내 친구가 거기 실장이랑 잘 알거든."

결혼 준비를 하면서 그녀는 더 이상 처음에 내가 알던 그녀가 아니었다.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좋은_결혼 준비의 정석'이라는 문제집을 푸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는

나와 결혼이 아니라

그녀 친구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결혼을 원하였다.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고

은행과 함께한 아파트 한 채를 가진 게 전부였다.

결혼 예물이야 매달 나오는 월급이 있으니 할부로 계산하면 되는 것이었으나,

그 외에도 그녀의 친구들에게까지 그럴듯한 선물을 해주길 바라는 그녀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결혼을 준비하는 동안 그렇게 잦은 다툼을 시작했다.

결국 , 나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소박한 결혼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나에게

그녀는

더 이상 소박하게 준비할 수 없다고 말을 했다.

친구들에게 벗어나서 우리 둘을 위한 결혼을 준비하자는 말에

그녀의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화창하게 날이 좋던 날,

손목에 찬 시계는 돌려주었다.

36개월 할부로 선물한 다이아 반지도 돌려받았다.

나는 재벌이 아니었다.

그녀는 훌륭한 외모를 가지고 멋진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으나

나는 재벌이 아니었다.

그녀가 원하는 삶이 있었으나

나는 재벌이 아니었다.

그녀가 꿈꾸는 결혼이 있었으나

나는 재벌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이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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