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창대했다 시작만
광화문
커다란 빌딩이 그득하다.
어린 시절 서울로 수학여행을 왔다.
그때를 정확히 기억한다.
빌딩이 높았고 양복을 입은 어른들이 많았다.
멋있어서
나도 꼭 크면 여기에 취직해야지 생각했다.
15년이 지나
그 자리에 똑같이 서 있다.
나도 양복을 입은 어른이 되었고
높고 뾰족한 빌딩 중 한 곳을 다닌다.
멋지게만 보였던 곳에 일을 시작했다.
목에 걸고 있는 이 출입증
회사 앞 별다방
반짝이는 구두
각이 떨어지는 양복
예쁜 여자를 만나는 것보다
광화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지금이 가장 좋다.
평생 일만 하고 싶다.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는데
10년이면 되겠지.
두려울 것 없는 나의 20대,
잘 나가는 인생이 시작되고 있었다.